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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시리즈 마지막 입니다.
 (산부인과01) 미혼 여성들이여,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받아라.
 (산부인과02) 두근두근, 20대 중반에 산부인과 첫경험
 (산부인과03) 자궁내막증? 용종? 그게 뭔데?
 (산부인과04) CT촬영. 조영제의 그 혼이 나갈듯한 느낌이란.
 (산부인과05) 수술을 결심하다. 더 이상의 병은 나오지 않았으면...
 (산부인과06) 병가 일정 조율, 엄마에게 알리다, 보험들길 잘했어
 (산부인과07) 수술 전 준비, 그리고 드디어 그날. 수술대위에 올라가다.
 (산부인과08) 고통만 남았던 수술 후기


수술 후 첫날... 밤이 깊었습니다. 이대로 무사히 지나가는 줄 알았지요. 잠을 청해보지만 어쩐 일인지 두세시간마다 계속 깨어났고... 한참 새벽녘엔... 진통제의 효력이 떨어졌는지 무지막지한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혼자서 끙... 끙...
무통 주사 버튼을 누르고 싶은데 손이 닿질 않고, 보호자 침대에서 자고있는 남친님을 깨우고 싶은데(엄마와 교대로 병원에 있어주기로 했어요.) 역시 손이 닿질 않았습니다. 참아봐야지, 참아봐야지 할수록 더욱 더 깊게 파고드는 고통... 병실의 모든 사람이 자고있는데 소리지르지도 못하겠고.. 겨우 손에 잡힌 폰으로 전활 걸어 깨웠습니다. 아프다고, 아프다고 해서 간호사 언니 불러 진통제를 또 맞았네요. 바로 잦아들지 않는 통증 때문에 수분을 끙끙대다가 잠들었습니다.

지금와서 보면 남친님께 참 미안합니다. 그날 친구 결혼식이 있었는데 정장 빼입고 와선, 결국 수술시간이 길어져 못가고... 옷갈아입고 다시 와선 꼬박 옆에 있으면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으니... 안그래도 까칠한데 아픔을 핑계로 이거줘, 저거해줘, 많이도 부려먹었네요.. ㅎ 수원이 홈그라운드가 아니다보니... 엄마도 저도 그런 남친님 덕분에 많은 의지가 된 것도 있었습니다. 허허..

그렇게 한바탕 폭풍이 몰아치고 난 후 다음날 아침.
미음이 나왔습니다. 5인실이었었는데 저 혼자만 미음. 그래도... 꼬박 하루... 하고도 몇시간 만에 먹어보는 '밥'인지라.. 허겁지겁 잘도 먹었습니다.
점심도 미음.. 아, 과일도 먹고싶고 빵도 먹고싶은데....!
저녁엔 드디어 쌀밥! 맛은 둘째치고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것이 기뻤습니다.
엄마는 뭐할려고 그걸 자꾸 찍고 있냐고 그러시고... ㅎㅎ

뭐, 쨋든 둘쨋날부터는 한결 마음이 편했습니다.
주기적으로 간호사 언니들의 혈압, 체온, 항생제 주사 등의 체크가 있었고... 다리 다친 것도 아닌데 왜 질질 끌며 다녔는진 모르겠지만.. 한손으론 배를 움켜쥐고 한손으론 링겔 대를 붙잡으며 질질질 슬리퍼끌고 돌아다닐만도 하더군요. 그날 밤에... 계속 한방울씩 떨어지던 링겔도 제거했구요.

셋쨋날은... 월요일. 의사선생님과 만났습니다. 수술 부위를 소독하고 아픈건 좀 어떤지 대화를 나눴습니다. 누워서 좌우로 뒹굴면 장기가 쏟아지는 느낌이 난다고 그랬더니 복강경 수술 시 가스를 주입하는데 그 가스가 다 빠지지 않아서 그럴 수 있다고 합니다. 자연적으로 빠지니까 조금 더 기다려보라고 하셨습니다.
왼쪽 사진을 보면 배꼽 부분에 투관침을 통해 이산화탕소를 복강내로 주입합니다. 한마디로 배를 빵빵하게 부풀려서 수술 공간을 확보하고... 그 다음에 내시경도 집어넣고 다른 침도 집어넣고 하는것이죠...... 뭐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수요일에 실밥 제거하기로 했고... 그것 말고는 이제 입원해 있더라도 병원에서 어떻게 해 줄 조취사항은 없으니 퇴원해도 좋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퇴원 날짜를 이야기해보지 않아서.. 올라가서 상의해보고 답을 주겠다고 한 후.. 꼬리뼈 통증 때문에 물리치료 받고 입원실로 갔죠.

흠 근데 의사소통이 잘못된것인지 입원실에선 벌써 제 이름을 뺐더군요. -_- 퇴원 조취 내려져서 심사 들어갔다고... 더 있을꺼면 빨리 이야기 해 달라고... 어쩐지 쫒기는 기분이 들어서 그냥 퇴원하기로 했습니다. 회사 직원들 병문안 오는 문제도 있었는데... 이 문제는 다음에 또 이야기 하도록 할께요. (이번 일도 병원에 의문이 드는 것이 몇가지 있어서 따로 정리할려고 하고 있거든요.)

뭐 그래서... 먹는 약 5일분 받고.. 점심먹고 계산하고 퇴원 했습니다.
앞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전신마취의 휴우증으로 온 몸에 근육통도 있었거든요. 특히 어깨쪽으로. 무거운 짐을 들기가 참 뭣 했었는데... 일이 그렇게 되어서 짐싸들고 사브작 사브작 걸어 나와 택시타고 겨우 집에 올 수 있었습니다.

화요일엔 집에서 요양.. 수요일엔 병원가서 실밥 제거 했습니다.

실밥 제거 하고 나서야 수술 부위와 정식으로 마주칠 수 있었는데요... 그간은 상처 부위를 덮어놔서 몰랐거든요. 배꼽 바로 아래에 2-3cm 되는 상처가, 그 살짝 밑으로 좌우에 1cm정도 되는 상처가 있더군요. 위에 사진 보시면 3군데 위치를 아시겠지요?
조금... 두꺼웠는데 흉이 남을 것 같아 처방받은 연고를 열심히 바르고 있는 중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수술 부위에 딱지가 앉을 기미가 보이고 있는데요. 이 부근이 무쟈게 간지럽습니다. 성격같았음 살살살 딱지 만져서 떼내야 하는데 이번 경우엔 참을 인()을 몇번 그리고 있는지 모릅니다. 아직 무서워서 이쪽은 씻지도 못하는걸요. 개복수술보다야 흉이 남지 않겠지만, 신경이 쓰입니다. 아무래도...

그리고 그날 엄만... 다시 대구로 내려가셨구요.

살짝 살짝 걸으라는 말을 들었기에.. 목요일엔 잠깐 외출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관련글 - 나른한 오후 평화로운 전경)

금요일엔... 제거한 혹의 조직검사 결과를 받으러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자궁내막증으로 최종 판정이 났고... 재발할 가능성이 있으니 우선은 3개월 후에 다시 초음파 검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쯔음에 자궁암 검사도 해야했기에... 7월 쯔음에 다시 찾는걸로 이야길 했구요. 시간이 지날수록 재발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3개월 후에도 6개월에 한번씩은 정기 검진 해야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곤... 보험사 제출용으로 입퇴원 확인서와 진단서를 끊었습니다.

이것이 일단락입니다. 당분간 병원갈 일이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겐 너무 길었던 시간이 마무리 된 것이지요. 쉴틈없이 달려왔네요. 함께 달려주신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

마무리 하는 의미에서 정리를 하자면...

자궁내막증은...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의학적으로 원인이 밝혀진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행동 양식도, 특별히 가려야 할 음식도 없습니다. 그러니 그저 꾸준한 검진만이 일이 커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일이 커진다는것은 유착이 심해짐을 의미하고 곧 개복을 의미하겠지요... 개복과 복강경의 차이를 보세요. 상처 부위 자체가 다릅니다....

앞 문단은 병원에서 해 줬던 말이었고... 이전글... 그러니까 이 글(
(산부인과08) 고통만 남았던 수술 후기)의 덧글로 많은 분들이 경험담을 이야기 해 주셨는데 그에 따르면... 어느정도 가려야 할 음식들, 관리법 등이 있다고 합니다. 간략히 말씀드리면 카페인이나 찬 음식 등을 자제하고, 하체를 따뜻하게 해야한다 정도가 되구요. 더 많은 생생한 경험담이 보고싶으시다면 산부인과 시리즈 08번글의 덧글을 봐 주시길 바랍니다.

겉보기엔 멀쩡합니다. 그래서 미혼 기혼을 떠나 모든 여성들이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자궁내막증 뿐만 아니라.. 헤르페스 바이러스, 염증, 폴립이라던가, 난소근종, 자궁경부암, 난소암 등등 산부인과에 가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많은 질환들이 있답니다.

특히.. 생리통...
배 아프다고 내과 가셨나요?
아니면
약국에서 진통제만 사 먹고 말았나요?
일시적일지는 모르지만 미래를 내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고 마무리 짓겠습니다.

산부인과 시리즈(01~09)를 보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눠주셨던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
특히.. 익명으로 덧글 달아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익명임에도 불구하고 장문의 덧글이 많아 깜짝깜짝 놀랐어요. 그간... '익명 = 악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의 경우 예외였다고 봅니다. 악플을 달아 IP 차단을 했었던 한건을 제외하고 피와 살이 되는 이야길 들려주셨던 익명의 많은 분들께 감사합니다. 수술 하셨던 분들, 모두 재발 없이 쭈욱,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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