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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제주도 여행. 드디어 출발입니다.
첫째날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이날... 아침 출발 비행기라 전날 잘 다녀오겠다고 예약글까지 써 놓고 위풍당당 했었던 윤뽀입니다.
2010/08/10 - 제주도 비행기 티켓 예약, 리무진 버스 정보 - 제주도 다녀오겠습니다

비행기타고 제주도까지 날라간다는 사람이... 날씨 정보를 체크 하지 않은 채로 그저 설레이고만 있었답니다. 찌는듯한 더위 걱정만 했지 비가 올 줄은.... 그것도 태풍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 여기서부터 허접의 기운이 막 올라오네요. ㅠㅠ

리무진 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에 도착했을때였나? 그 무렵 이미 날씨는 꾸무리 해서 가방은 레인커버를 씌우고 있었지만 크게 게의치는 않았어요.

이스타항공에서 티케팅 하고 시간이 남아 띵가띵가 노는 동안에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출발하는 날의 설레발 때문에 일찍 도착해서 아침드라마보며 심심해 심심해 이러고 있었거든요.
살짝 불안해 진 것은... 비행기를 타러 공항 안에서 밖으로 나갔을 때.
그때였습니다.
한두방울 떨어지는 빗방울...

여기서부터 비극은 시작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서울은 오지만 제주도엔 안올꺼야. 굳게 믿었지만.... 믿긴 개뿔.. 험난한 하루를 알리는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ㅠㅠ

착륙 후 제주 공항을 나와 제주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하는 버스 100번을 탔습니다. 금방 도착하더군요. 저의 첫날 일정은 올레길 5코스였으므로 제주·남원(남조로경유)간 시외버스를 타고 남원리까지 갔습니다. 가는 동안에 비가 비가.....
잘 갔냐? 괜찮냐? 는 지인들의 문자에 저는 눈물로 답을 할 수 밖에 없었죠. 환장하겠는 거 있죠.

올레길 5코스 시작부분인 남원 포구로 가기 위해 남원리에서 내렸을 당시 모습입니다. 주룩주룩. 시원하게 내리더군요.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우비 꺼내고 가방에 넣은 넷북 혹시 젖을까봐 레인커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방 감싸며 우비 입어서 완전 상 거지 꼴로 무장을 했습니다. 가방이 빵빵해서 뒤에서 봤음 곱추였을겁니다. 크흐.. 그리고 뭘 또 어떻게 해 보겠다고 우산도 꺼내들었어요. 전 비맞는걸 싫어하는 여자니깐 우비도, 우산도 준비했었습니다.

그러고 당당하게 남원 포구를 향했습니다.
시작점을 찾았는데.....
찾았는데....

아...


아......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로 몰아치는 비바람에... 전 무너져야 했었습니다.
내가 올레길 5코스에 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입니까. 안그래도 혼자라 사진찍어줄 사람도 없구만. 인증샷 찍어야 하는데!!!!!! 블로그에도 올려야 하는데!!!!!!

화딱질이 났지만 그냥 걸어야 했죠. 방도 없잖아요. 카메라 방수팩 가져온 것도 아니고.

걷고, 걷고 또 걸었습니다. 올레길은 걷는 코스니깐요.

저는 이날 걸으며 제가 하지원인줄 알았습니다. 영화 해운대에 나왔던 하지원이요. 파도가 몰아치는데 어휴, 말 그대로 성난 파도. 내 눈앞에 이런 상황이 닥칠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우산은 뭐 좀 걸으니 헤까닥 뒤집히고, 다시 접었다 펴서 정상 만들어놓으면 또 헤까닥 뒤집혀서 사람 속을 뒤집더라구요. 몇번 하고 나니 우산 살이 완전 망가져서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형체가 되더군요. 지 죽고 나 죽자는건지... -_- 그래서 그냥 비옷만 입고 다녔는데 뭐 입으나마나 비바람에 속옷까지 홀라당 다 젖었습니다. 대.박.

그나마 바람이 잠잠했을 때 용기내어 찍은 사진인데 감이 오시려나 모르겠습니다. 이 날 카메라 꺼낸 사람은 정말 용자에요. 우산에 이어 카메라까지 사망했다면 전...... 상상도 하기 싫네요. ㅋㅋ

파도가 없다고 상상하면 코스 자체는 정말 멋졌는데 얼마나 아쉽던지...... 뒷날에 8코스, 1코스, 1-1코스를 갔었지만 5코스의 그 느낌과는 전혀 다른지라 가슴에 계속 남더라구요. 첫째날 제일 신나서 사진찍으며 다녔어야 했는데 메모리 참 널널했습니다. 찍은게 있어야 백업을 하죠.

올레길 5코스는 남원~쇠소깍까지고 15km정도 되는 거리입니다. 남원포구-큰엉 경승지 산책로-신그물-동백나무군락지-위미항조배머들코지-넙벌레-공천포검은모래사장-망장포구-예촌망-효돈천-쇠소깍 순으로 가게 되는데요.


한참을 걷고있는데 발에 물집잘힐 기미가 보이더라구요. 신발도 방수는 된다 하지만 태풍 앞에서 힘 있습니까? 양말 젖으면서 다 같이 젖어버렸죠. 축축하게 계속 다녔더니 발이 아프다고 난리를 칩니다. 그래도 걷기를 포기할 수 없었는것이 산속 외길, 마을 샛길 이런 길로만 가니 택시가 다니나 버스가 다니나... 큰길 나올때까지 무조건 계속 가야했습니다. 길을 알아서 지름길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중간에 게스트 하우스 나왔을 때 들어갈까? 고민도 하다가 자존심에 온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냐며 굳은 심지로 발걸음을 옮겼으나.... 결국엔 무너지데요.
좁은 길을 나와 큰 길에 버스정류장을 봤을때의 기쁨이란... +_+ 원래 일정의 반도 소화하지 못하고 서귀포 시내에 있었던 민박집으로 향해버렸습니다. ㅋㅋ

남원포구에서 위미우체국까지 차로 약 5.7km인데 이 경로는 올레길 경로가 아니라 실제론 좀 더 많은 키로를 걸은 셈입니다. 이렇게 말해봐도 코스 완주를 못한건 명백한 사실.. -_-

계속 젖은 상태로 이동했더니 목욕탕에서 몇시간 있은것마냥 발이 쪼글쪼글... 물집은 이미 잡혀서 터져있고.. 그날의 참담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민박집에서 샤워하고 있으니 밖에서 비 피해를 대비하라는 방송이 여러차례 나오더라구요. 제주로 오는 배편은 이미 중단된 상황이고... 민박집 이모도 잘 접고 왔다며 토닥토닥 해 주셨고 전 위안삼았습니다. 다음날 날씨가 좋길 바라면서요. 그리고 무한 밀려오는 잠에 일찍부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2010/09/06 - 4박 5일 제주도 여행기 #2 - 올레 8코스에서 극적으로 상봉한 그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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