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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8주 1일 - 출산예정일까지 31주 6일 - 7월 19일

음, 제가 출퇴근시 이용하는 선정릉역은 지하 5층에 플랫폼이 있습니다. 그래서 임신한 걸 알게 된 뒤론 엘리베이터를 타고 왔다갔다 하는데요. 내려가는건 괜찮은데 올라올 땐 항상 사람이 꽉 찹니다. 바쁜 출근시간,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고 싶은 사람들과 노약자들이 만나는 공간이죠.


저는 출근시간 보다 30~40분 정도 일찍 출근하는 편이라 엘리베이터가 만원이 되어도 느긋한 편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버튼으로 안 닫히고, 15초는 억지로 기다려야 하고, 5층을 왔다갔다 하니까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한 대 보내고 타도 여유가 있답니다. ㅎㅎ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엘리베이터로 사람들이 몰아칩니다. 저도 중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급하게 막차 탄 사람 중에 한 분이 연세가 좀 있으셨어요. 한 50~60대? 엘리베이터 만원 벨이 울리니까 뒤도 안돌아보고 대뜸 "젊은 사람이 내려!" 이렇게 소리를 빽 지르시는거에요. 심장이 콩닥콩닥 죄지은 것 마냥 뛰었어요. 임신 8주는 겉으로 봤을 땐 임신한 티가 전혀 안나요. 게다가 전 자타공인 동안. 엘리베이터 안에는 20~30대로 보이는 사람이 많이 있었지만 줄세워놓고 보면 제가 내려야할 것 같았죠. 가방에 임산부 알림 고리를 달고 있어도 맘이 불편하더라고요. 앞에 사람이 차 있으니 내리기는 뻘쭘하고, 나도 임산부인데 좀 타자 싶은 마음도 있고 해서 불편한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그렇게 벨이 울린 채로 엘리베이터가 출발을 안 하니까 결국 마지막에 탔던 젋은 분이 내리셨어요. 엘리베이터 문은 곧 닫혔고, 올라갔죠. 그 소리 지르셨던 분은 "나쁜놈들" 이렇게 읊조리시더라구요.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썰물처럼 그 곳을 빠져나가 제갈길을 갔답니다.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노약자를 배려해서 운행합니다. 다음 국어사전에서 노약자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늙은 사람과 약한 사람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있지요. 출근시간, 늙은 사람과 약한 사람 외에도 엘리베이터 안은 다양한 사람이 있었습니다만, 본인이 늙은 사람이라고 해서 "젊은 사람이 내려!" 라고 소리지르는 건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봐요. 그것도 제일 늦게 타셔서 말이에요. 나이를 먹는다는건 세월을 보낸 대가로 주는 훈장이 아니란 말이죠. 저는 훗날 젊은 사람이 보았을 때 존경할 수 있는 늙은 사람이 되어야 겠단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출산 후 몸이 회복되면 맘 편히 에스컬레이터 이용해야겠단 생각도. 임산부가 되고나니 공공시설물과 대중교통에서의 사회적 배려에 더욱 민감해지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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