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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과 관련한 기사를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그리고 한켠으로 마음이 찝찝합니다. 감염... 감염 때문입니다.


작년 저는 뇌수술을 했습니다. 혈관모세포종으로 약 4cm의 종양을 제거하는 개두술이었습니다. 회복은 빨랐습니다. 하지만... 퇴원 하루 전 이상한 두통이 있었습니다. 의료진은 그럴수있다고만 했고 진통제를 처방했습니다. 그리고 전 정상 퇴원 했습니다.
 

퇴원의 기쁨도 잠시. 퇴원 이튿날 극심한 두통이 시작되어 119에 실려 지역 대학병원 응급실로 갑니다. 진통제 맞고 집에 왔다 또다시 시작하는 극심한 두통에 이번엔 수술한 병원 응급실로 가게 됩니다. 거기서 알게 된 감염.


항생제계에서 넘사벽이라는 반코마이신을 맞기 시작합니다. 근데 감염인데 원인을 모르겠답니다. 바이러스인지 세균인지. 뭐가 있는데 항생제에 금방 죽어 배양이 안 되는건지. 결론을 지혈제 등 화학적 민감에 의한 것으로 내더군요. 제 몸의 문제? 의료진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제 탓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있다 퇴원을 했는데 퇴원 내복약이었던 스테로이드 약을 끊는 중 또 극심한 두통이 시작되는겁니다. 전 또다시 응급실로 가게 됐고 감염. 뇌수막염의 재발이라는 진단과 재수술이라는 처방을 받게 됩니다. 여전히 감염의 원인을 모르겠고 열어서 봐야겠다는겁니다.


5월 첫 수술, 7월 재수술. 회복이 빠르겠습니까? 처음과는 너무나 다른 몸. 회복속도. 그리고 예방적 항생제치료 또 한 달.


8월에 퇴원해서 지금까진 어떻게 살고 있습니다만 결코 편한 상태는 아닙니다. 작은 두통에도 불안하고 이러다 언제 죽을지 모르겠단 공포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양성 종양이었고 깨끗하게 제거했다고 했는데 두통이 시작하기 전까진 후유증이라고 할 것도 없었는데 이렇게 됐습니다. 다시 MRI찍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다 잊고 사는가 했습니다. 그 때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이 터졌고 그 원인이 감염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병원의 과실이 드러나면서 제 역린을 건드립니다.


제 감염의 원인은 대체 뭐란 말입니까? 수술부터 퇴원까지 병원에 있다 병원에서부터 두통을 느껴 감염을 진단받았는데 병원 환경이나 의료진의 과실은 없는겁니까? 진심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균도 바이러스도 안 나온답니다. 그래서 마치 제 몸의 문제인 것처럼 말하는데 전 긴 입원생활을 거치며 신경외과 병동에 무수한 감염 환자들을 만났었습니다. 또 이상한 상황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 같은 교수님으로부터 수술한 환자가 감염으로 재입원한 후 저랑 같은 날 재수술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 감염환자가 많아 몇개없는 다인실이 빠지질 않아 1-2인실에서 항의가 많단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보통 열흘 입원, 감염환자 최소 한 달 입원)
  • 제 수액과 다른 환자의 수액이 바뀌어 투약된 위험천만한 상황이 있었는데 (발견 우리쪽에서 함) 항생제가 동일해서 천만다행인 상황도 있었습니다.
  • 다른 감염 환자의 보호자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우리 제발 더이상 보지 말자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 감염으로 터치하면 안 되는 격리 상황에 의료진은 마스크에 비닐 착용하면서 다인실의 그 누구한테도 그 환자와 접촉하면 안 된단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제 감염은 쨋든 병원에서 일어난 겁니다. 수술 후 감염 신호가 병원에서 나타났으니까요. 감염이 되지 않았다면 재수술을 할 필요도 없었고 여러 부작용에 시달릴 일도 없었습니다. 항생제치료를 위한 두 달의 시간도, 우리 가족의 어마무시한 수고도, 헉 소리나는 병원비도 없을 일이었죠. 이 모든 것을 오롯이 환자가 부담해야하는 상황인건지가 정말 궁금합니다. 다 제탓입니까?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을 보면서 난 그래도 살았구나. 먼저 간 아이들이 너무 안됐고 그 원인이 감염이라니 남은 부모 마음이 어떨지 감히 짐작을 해 봅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판단이 잘 안 됩니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환자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뭐 얼마나 되겠습니까. 남은 생은 선물이라 생각하고 다 털고 즐겁게 살아야 하는 건지. 생각하면 그저 머리가 아픈. 그간의 글은 블로그 내에서 [투병일기]란 키워드를 입력하면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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