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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뉴스와 팟캐스트 [나는 의사다]와 [YG와 JYP의 책걸상]을 들으면서 연명의료, 웰다잉, 완화의료,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다.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를 읽으니 좀 더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대만 작가 경요(충야오)의 처절함이 있었기 때문에.


신타오는 병이 찾아오기 전부터 위중한 상황일 때 기관 절개, 삽관, 전기충격, 비위관와 같은 행위를 원하지 않는다고 배우자와 자식들에게 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졸중을 거쳐 혈관성 치매로 상태가 악화되었을 때 (자식의 요구로) 비위관 삽입을 하게 된다. 의료진도 환자 신타오의 의견(서면)을 존중하지만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혼자의 힘으로는 앉을 수도 없고, 말이나 행동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도, 의료기기의 힘이 아니고선 먹을 수도 없는데 생명이 유지되고 있다. 그게 며칠이나 몇 달이 아니라 몇 년. 10년 이상이 될 수도 있다. 회복이 불가능한. 불가역적인 상황에서 0.00000000000000000000001% 기적을 바라며 환자를 살려두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나는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고 신랑한테 생명 유지만을 위해 의료기기를 달지 말라고 했다. 신랑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솔직히 우리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권리 보단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을 좀 더 비중있게 생각했는데 (간병과 비용 같은) 그랬을 때 죄책감이 생길 수 있단다. 주변에서 책망의 말을 듣기도 한단다. 대상이 부모님일 경우 큰 불효를 한 것 같은 느낌, 돈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다는 생각 등.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너희가 얼마나 큰 아쉬움과 압박에 처했든 나를 몸뚱이만 억지로 붙들고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와병 노인으로 만들지 못하게 하려는 거야. 그것이야말로 '대불효'를 저지르는 거니까!" 그러니까 최선은 내 죽음은 내가 결정하고 이것을 사전에 가족과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를 읽기 시작했을 때 아버님의 입원 소식을 들었다. 뇌졸중이었다. 책에서는 소중풍이라는 용어를 썼다. 대만의 한 의사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와 내가 사진으로만 전달받은 아버님의 MRI사진은 일치했다. (나도 머리 수술을 한 적 있어 MRI사진이 익숙했다.) 다행이 아버님의 상태는 꽤 양호한 편이지만 책에서 본 내용이 남일 같지 않았다.

며느리인 내가 시부모님께 이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하실 건지 이야기를 꺼내는 건 어렵다. 사실 내 부모님께도 쉽지 않다. 평소 무뚝뚝한 관계를 유지해와서 더 그렇다. 뜬금없고 내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언젠가 해야 할 이야기고 했을 때 나중에 혹시 모를 판단의 시기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기회만 보다 늦어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

암튼 책 이야기를 조금 더 하며 마무리 짓자면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는 총 2부로 나뉜다. 1부가 비위관을 꽂을 때까지의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2부는 신타오가 건강했을 때. 경요와 어떻게 만났으며 어떤 삶을 보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내 경우는 굳이 안 읽어도 됐었다. 경요도 2부에 더 많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으나 주제를 왜곡할까봐 그만 쓴다고 했었다. 후반부 이야기는 따로 떼어 에세이로 내도 무방해보였다.
경요 하면 드라마와 영화로 아는 사람이 있겠지만 나는 중화권 드라마와 영화, 책에 익숙하지 않아 어딘가 들어본 것 같으면서도 생소했다. 하지만 그들의 집. 타이베이 101빌딩이 보이는 곳이라거나 가오슝 등의 지명 언급에선 반가웠고 그 공간에 내가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음에 대만 여행을 계획한다면 색다른 느낌일 것 같다.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 - 10점
경요 지음, 문희정 옮김/지식의숲(넥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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