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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은 추천의 말이 제일 앞에 배치되어 있다. 김혼비님이 떠오르는 글투였다. 중간에 읽기를 멈추고 뭐지 하고 봤더니 진짜 김혼비님의 추천사였다. '네가 왜 여기서 나와?' 반, 반가움 반이었다. 본문도 김혼비님이 번역한 것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위트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짝이 지어졌지? 김혼비와 케이틀린 도티, 두 사람이 필담하면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재미로 읽을 책은 아니지만 죽음이 그렇게 취급될 정도로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주제가 되면 좋겠다. 케이틀린 도티는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참으로 적나라하다. 나는 시체를 본 적이 없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마지막 날 새벽이었나? 친척 어른들만 입관식에 간다며 우르르 가셨던 기억만 있다. 그때 어른들은 시체를 봤던 걸까? 할머니는 어떤 모습이셨을까? 화장장에 간 적도 있지만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기실에 앉아있으며 멋모르는 아이들이랑 매점 간식을 산 것 외엔 긴 기다림이 전부였다. 외국 영화를 보면 교회나 성당 같은 곳에서 유리관에 누워있는 시체를 보곤 한다. 아주 어린아이들도 매장하는 곳에서 검은 옷을 입고 마지막까지 가는 이를 바라보고 있다. 괌 여행 갔을 때 묘지가 관광지처럼 여겨지는 모습에 놀랐고, 외국 소설 속에 묘지가 등장하는 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죽음을 드러내는 방식, 문화와 인식의 차이를 조금 정리할 수 있었다.

 

케이틀린 도티는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고양이로부터 내 시체를 지키는 방법] 등 관련된 책을 계속 내고 있는데 다른 건 몰라도 [고양이로부터 내 시체를 지키는 방법]은 좀 더 어린 학생들이 볼 수 있게 만들어진 책이라 (몇 년 안, 여유를 가지고) 오복이에게도 권해보고 싶다. 죽지 않는 사람은 없고 우리는 이 죽음에 대해 좀 더 이해해볼 필요가 있다.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10점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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