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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전공 교수님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다녀온 이후 그간 연락이 소원했던 과 동기, 선후배들과 다시 드문 드문 연락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제 과 선배랑 오랜만에 통화를 했는데 울지도, 웃지도 못할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뽀 - "아픈덴 없고?"

선배 - "병원다녀왔잖아. 속쓰려가지고. 근데 거기 의사가 딱 보자마자 하는 말이 뭔지 알아?"

뽀 - "뭔데? 담배 피시죠?"

선배 - "아니 피는건 맞는데 그건 아니고 ㅋㅋ"

뽀 - "그럼 뭐 술 작작 마셔라?"

선배 - "아니 ㅋㅋㅋ"

뽀 - "뭔데 뭔데"

선배 - "회사 다니시죠?"

헐. 예상치 못한 대답이라 멍하게 있었더니 뒤이어서 이런말도 했다고 합니다.

의사 - "밑에서 몇번째에요? 위에 몇 명 있어요?"

선배 - "@#$%" (기억이...)

의사 - "얼마나 됐어요?"

선배 - "8개월이요"

의사 - "어쩔 수 없어요"

선배 - "..."

헐.

의사는 몸을 치료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명의는 마음을 치료하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내과에서 회사 이야기 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들어갔다가 1분만에 다시 나와야 하는 병원이 도처에 널려있는걸요. 선배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그 이야기를 전해듣는 저는 '거 의사 괜찮네' 라는걸 느꼈습니다.

통화를 좀 하다보니 속쓰릴만한 회사에 다니고 있더군요.


사무직(관리직)인데 8개월 일하는 동안 퇴근 제일 빨리한 것이 8시였고, 주 5일 근무인데 토요일 일요일 없이 한달에 하루 쉬기도 힘들고, 돈이라도 많이 주면 이 악물고 하겠는데 따로 나오는 돈도 없이 연봉에 다 포함된것 같다고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상사라도 잘 만나면 좋았으련만 그 상사는 뭐가 그리 좋은지 주말만 되면 아침마다 문자보내 안나오냐고 그런다네요.

사실 제가 전에 다녔던 회사도 비슷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얼마나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지 십분 이해가 됩니다. 특히 상사 이야기에선 대공감. 전 회사 사장님께서 그렇게 주말에 나오셔서 근처 사람들 불러들였거든요. ㅋㅋ

그만두긴 했지만 다니면서 몇번이나 그만둘까 말까를 고민했다죠. 고비가 많았어요. 그땐 아무리 먹어도 살도 안찌던데 회사그만두고 2~3키로 찐것같아요. -_-;

선배에게 비전없고 누구하나 날 챙겨주지 않는데 알아서 그만두고 다른 길 찾아보라고 말 하니 "이번 일 마무리 되는거 보고"라고 합니다. 저도 이 일 마무리 짓고, 마무리 짓고 하다가 3년 보냈는데 에효. 제가 일자리 줄 것도 아닌데 더 강력히 말하지도 못하겠고.

점심시간에 짬내 회사 옥상에서 통화를 했었는데, 꽃샘추위가 물러나 바람 없고 햇살이 좋으니 선배도 복잡한 심경인가봅니다.

대한민국 웬만한 직장에서 직장생활하기 참 힘들죠. 우리 선배를 포함해서 모든 직장인들. 힘 내십시오!

할수있는 말이 이것밖에. orz


(쓰잘데기없는 덧. 선배님이라고 부르거나 깍듯하게 지내지 않아서 본문 중에 선배라고 쓰니 참 어색하네요. 부를땐 그냥 오빠. ㅋㅋㅋ)

(추가 덧. 직장다닐 때 재무설계 받은 덕분에 경제관념 제대로 섰었죠. 무료재무설계 추천[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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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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