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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집에 내려갔더니 엄마가 인형들을 깨끗이 목욕시켜 말리고 계셨습니다. 자식이라고는 딸 둘인데 둘 다 외지나가 생활하고 있어 집안은 적막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환기시키고자 인형은 있어야 할 것 같다며 모아두었던 것인데 그 인형들도 추석맞이에 동참한거죠.

짐을 풀고 있자니 엄마가 인형들도 다 놓는 방법이 있다며 알려주겠으니 따라오라고 손을 이끄십니다.
그냥 세워놓으면 되지 무슨 정렬법? 이러면서 옆에 멀뚱히 서 있었는데... 인형 바구니를 뒤적 뒤적 거리더니 하나씩 꺼내십니다.


일로와바라. (거실로 이끄시며)
엄마가 범띠아니가? 니가 엄마 범띠라고 예전에 사다준건데 기억하나?
(호랑이 인형을 꺼내들며) 그래서 이건 엄마다. (중앙에 착석)
(두개의 강아지 인형을 꺼내들며) 이게 너희들이다. (큰건 뽀, 작은건 뽀 동생)
엄마가 나중에 늙고 요 인형처럼 쪼그라들면 너희들이 옆에서 지켜줘야한다. 알긋제. (두개 인형 착석)


그리고 요리로 또 와바라. (안방으로 이끄시며)
이 큰 인형이 엄마다. (중앙에 착석)
(불독 인형을 꺼내 왼쪽에 놓으며) 그리고 니는 말수가 별로 없고 듬직하니 안그렇나. 그래서 야다. 묵묵히 엄마 옆에 있는기다.
(또 다른 인형을 꺼내 오른쪽에 놓으며) 야는 애교가 많고 안그렇나. 그래서 야는 동생이다. 엄마 옆에도 이렇게 딱 달라붙어가 있는기다. 맞제.
엄마 옆에 너그들 둘이 이렇게 있는거다.


인형들 생김새랑 풍기는 기운이 엄마, 저, 동생을 묘하게 닮기도 했고 거기에 엄마의 마음이 들어가있다보니 공감이 되는 거 있죠. 듣고보니 제법 그럴싸합니다. 또 한편으로 찡했던 것은 엄마가 저나 동생이 없을 때 이 인형들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는 생각을 하니 평소에 엄마한테 잘 못했던 것이 생각나더라구요. 엄마는 예민하고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언제나 떨어져있는 자식 걱정에 불안 초초한데 저는 많이 무심했었거든요.
힝 엄마.. ㅠㅠ

평소엔 그러려니 했던 인형들의 의미도 알고, 엄마의 마음도 알게된 보람된(?) 추석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추석때 쨘한 에피소드 없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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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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