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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아니게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관련된 포스팅을 몇 번 하게되네요. 이번 포스팅이 아마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뒷북 포스팅 쩐다는 것 잘 압니다. :D


뜻하지 않게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둘째날 경기장을 찾게 됩니다. "앞으로 살면서 세계선수권 대회가 다시 국내에서 열리겠냐? 그리고 무엇보다 대구까지 왔는데 말이지. 가자!" 라는 남친의 의지가 큰 몫을 차지했지요. 역시 남자는 스포츠 인가요. ㅋㅋ 오후에는 수원으로 복귀해야 했기에 오전권을 끊어서 입장했습니다.


제가 머물러 있었던 시간대에는 장대높이뛰기, 원반던지기, 포환던지기, 1500m 달리기, 400m달리기 경기가 있었는데요. 수많은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으나 저는 그들이 누군지 어떻게 경기를 진행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육상경기에 관심이 하나도 없었으니 무리도 아니죠. (육상경기에 왜 높이뛰기랑 던지기를 하는지 이해 못하는 1인이니까요.)

이 날 경기장에 가기 전에 아는 선수는 우사인 볼트랑 옐레나 이신바예바였습니다. (근데 이신바예바가 높이뛰기 선수였다는 것은 경기장에 가서 경기하는 것 보고 알았습니다. ㅋㅋㅋ) 그런데 이 날 아는 선수가 한 명 늘었습니다. 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지요.


TV에서 중계를 보면 높이뛰기면 높이뛰기, 달리기면 달리기 각각 볼 수 있지만 사실 경기장에서는 2~3개의 경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 보고 저기 보고 바쁘지요. 높이뛰기랑 달리기랑 같이 보고 있는데 제 눈에 들어온 선수가 있었습니다.


남아공 국가대표 피스토리우스였습니다. 그는 충격적이게도 의족으로 뛰고 있었습니다. 장애인이었던 것이죠.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달리는 모습은 쨘 하게 마음을 울렸습니다. 경기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이 의족 스프린터에게 집중되었습니다.


어떻게 의족으로 뛸 수 있는지,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장애인이 이 대회에 참여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더군요. 장애인 올림픽도 아닌데 말이에요. 후에 찾아보니 스포츠 관련 갈등 해결 기구인 스포츠중재재판소(CAS)까지 거치는 등 복잡한 과정이 있었더라구요. 정말 인간승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지 멀쩡한 사람도 무언갈 더 바라고, 다른 핑계를 대며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 태반인데 말이죠.


이 날 피스토리우스는 400m 준결승에 진출하는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함께 경기장을 찾았던 남친과 엄마도 그 어떤 경기보다 기억에 남는다며 남다른 소감을 전했는데요. 그를 보며 꿈과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잡아 보았답니다. 최고의 선수 피스토리우스. 아마 잊지 못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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