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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연휴 마지막 일요일. 미용실 가서 커트를 했어요. 앞머리도 많이 길었고, 펌을 하기엔 임신 중이라 조심스럽기도 해서 그냥 싹뚝.

미용실에 가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잖아요? 미용사분이 먼저 말을 거시더라고요. 근데 첫 마디가 멘붕.

"애 키우세요?"

전 첨에 뭔 말인지 못 알아들었어요. 보통 미용실 가면 남자친구 있냐? 데이트 하냐? 머리 예쁘게 말아줄께. 학생이냐? 이런 말만 들었었는데 뜬금포로 애를 키우고 있냐니. 이제 아줌마 티가 난다는건가? 아직 배도 많이 안 나왔는데 내가 임신 중인걸 어떻게 알았지? 혼란스러웠죠.


다시 물어서 이해한 "애기 키우세요?" ㅋㅋㅋㅋㅋㅋ

그제서야 임신 중이라고, 애 키우는 걸로 보이냐고 여쭤봤죠. 그러니까 미용사분이 "아, 애기 키우는 엄마들이 이렇게 싹뚝 자르더라고요. 애 본다고 정신 없고 하니까" 라고 하셨어요.


음, 저도 곧 애 엄마가 될 꺼니까 어쩐지 수긍이 가면서도 이제 남이 보면 '윤뽀=애기 엄마'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우울해지기도 했어요. 예전에 한 직원이 회식자리에서, 워크샵자리에서 애기 엄마 직원에게 "오늘은 OO이 엄마 하지 말아요!" 라고 마셔라, 부어라 했던 장면도 급 떠오르고.

그리고 하루가 지났고 출근을 했죠. 거기서 이차 멘붕이 왔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부장님께서 "머리 잘랐네요. 우리 와이프랑 똑같네." 이러십니다. ㅋㅋㅋ 이제 돌쟁이 아기가 있는 부장님네. 어헝. ㅠㅠ


뽀글이 머리 한 것도 아닌데 애 있는 아줌마 됐어요. 여기저기서 인증 꽝꽝 당한 느낌. 커트하고 나면 뭔가 좀 어려보이고, 기분 전환이 되어야 하는데 이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은 대체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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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뽀

일상, 생활정보, 육아, 리뷰, 잡담이 가득한 개인 블로그. 윤뽀와 함께 놀아요.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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