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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세살, 미친 네살. 요즘 부쩍 힘이 듭니다. 일어나면 그때부터 전쟁의 시작입니다. 밥을 먹을 때 앉아서, 스스로 먹지 않는 아이. 수없이 앉으라 말하며 한숟갈 먹여놓으면 밥 먹었는데 또 배고프다고 합니다. 간식이 먹고 싶단 거죠. 밥 먹기 전엔 안주니까 겨우 밥 먹고 달라는 거예요. 배고프단 말이 습관이 되어있어요. 배고픈데 밥은 싫대요. 밥, 반찬 하기도 싫고 해도 버리는 것이 많으니 고역입니다.


씻고 나가야하는데 양치질도 돌아다니면서 하고, 머리는 감기 싫어합니다. 로션은 제껄 바르겠다고 우기고 양말과 팬티는 꺼내주면 그게 아니라며 다른걸 꺼내고, 꺼내 입으라고 하면 엄마가 해달라고 해요.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뜬금없이 계단으로 더 올라가겠다고 할 때도 많아요. 한두 층에서 합의볼 때도 있지만 뜬금없이 10층 이상 올라가자고 고집을 피우면 답이 없습니다.


약속에 늦는 걸 싫어하고 인생에 지각이 없는 사람인데 오복이 어린이집은 늦을 때가 많습니다. 이러니 오복이가 어린이집에 가있는 시간이 천국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뭘 하고 있어도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요.


하원길부터 다시 스트레스가 시작됩니다. 이쪽으로 가겠다, 저쪽으로 가겠다. 집에 가면 그것도 나름 힘드니 웬만하면 들어줍니다.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 하게 두는 편인데 미세먼지 심한 날, 영하의 추운 날, 감기 걸려 약 먹고 있는 날에도 협상이 안 된다는게 문제죠. 모자, 마스크, 목도리 다 답답하다고 싫어하고 특히 마스크는 5분을 끼고 있어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돌아다니다가 횡단보도 건널 때 화살표 안 밟고 갔다고 세상 무너져라 울고, 엘리베이터 버튼 하나 자기가 못 누르면 기분이 확 상해버리고, 마트는 구경만 한다면서 막상 가면 이거 사자 저거 사자. 30분 안쪽으로 힘들다 안아줘 시전. 혈관 어디가 터질 것 같아요.


집에 오면 저녁 문제로, 양치 등 씻는 문제로 아침과 같은 일의 반복이고, 뛰는 걸로 실랑이, 잠들기 전까지 애를 먹입니다. 침대에 올라가면 그때부터 책을 읽어달라고 하고 불 끄고 누웠는데 왜 물이 마시고 싶은지, 왜 몸이 간지러운지. 기저귀 벗겨주지 않으면 대변도 기저귀에다 하면서 왜 굳이 나가서 소변을 보겠다는 건지. 어쩌다 폰에 알림이 뜨면 진동임에도 오만 신경 다 쓰니 아예 잘 시간엔 방해금지모드를 켜 놓습니다.


깊이 잠들기 전까지 옆에서 꼼짝없이 붙들려있어야 하는데 아빠하고 자는 것도 아니고 인간 베개가 되어야 하네요. 화장실이라도 갈려고 치면 따라나오고 졸려서 혼자 스스로 잔 적이 없어요. 재워주지 않으면 자질 않으니 시댁이나 친정이라도 가면 전체 소등 아니면 답이 없습니다. 헌데 협조가 쉽지 않죠. "놀다 자게 나둬라. 왜 억지로 그러냐"고 한마디 들으면 폭발하고 싶어요.


밤에 이렇게 안 자는데 낮엔 잘 자겠어요? 아니요. 주말에 낮잠도 웬만큼 힘들게 굴리지 않으면 안자더라고요. 어린이집에서 정해진 시간에 낮잠 잔다는 것이 아직까지 신기합니다. 거짓말같아요.


서로 예민한 기질이 있는데 뭐하나 매끄럽게 지나가질 않으니 스트레스 장난 아닙니다.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속은 문드러지네요. 이럴수도 없고 저럴수도 없는 것이 기를 쓰고 바락바락 화만 내게 되어요. 육아스트레스가 이런건가요.


우울하니까 자꾸 해방구를 찾게되는 것 같아요. 해외여행 노래를 부르는 것도 거기 가서도 똑같은 스트레스가 있지만 돌아다니고 남이 해 준 음식 따지지 않고 먹고 먹이고 남의 시선 좀 덜 신경쓰이고 마음이 풀어지는 것이 있달까요. 어제 티스토리 싱가포르 이벤트 포스팅 하고 났더니 또 가고싶고. ㅠㅠ


갑갑하네요. 애를 상대로 스트레스를 받으니 답이 없어요. 어디서 스트레스를 확 풀고 와도 본질은 변하지 않잖아요. 똑같은 생활이 기다리고 있잖아요. 결국 내가 바뀌지 않으면 변하는 것이 없을텐데. 의욕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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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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