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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버지의 고향은 경북 봉화군 입니다.
봉화는 경상북도의 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강원도와 다름없는 곳이지요.
봉화라는 지명이 익숙치 않으면 영주, 울진이라는 지명은 어떠신가요? 그 인근입니다.
아래 지도를 첨부하니 살펴봐 주세요.
좀 더 클로즈업 해 보면 주변엔 온통 산 밖에 없습니다. 태백산, 소백산, 청량산....
아버지는 이 곳에서 중학교 공부를 마치시고 경북 경산으로(대구의 위성도시) 유학을 와 그곳에 터를 잡으셨습니다만 할어버지 할머니, 또 작은 아버지 가족은 아직 봉화에 살고 계십니다. 봉화 시내가 아니고 산 속에 집 한채인 시골에서요. 예전에는 농사를 지으셨지만 지금은 연세가 있으셔서 못하고 작은 아버지가 흑염소도 키우시고 송이버섯을 채취하여 판매하고 계십니다.
고모를 제외한 6형제는 매년 명절과 할아버지, 할머니 생신때면 봉화로 갑니다. 저 역시 그 자리에 동참하구요.
지난 추석에도 어김없이 6형제가 모였습니다. 이제 그 자녀들도 장성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데리고 옵니다. 대가족입니다. 북적북적 시끄러운 추석 당일 아침. 늘 그랬던 것 처럼 차례를 지내고 증조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에 갑니다.
지난 추석 하면 '비'가 제일 먼저 생각나는 분도 있으시겠죠. 봉화에도 추석 전날 비가 많이 내려 하마터면 고립될 뻔 했습니다. 추석 날에 다행이 잔잔해 졌습니다만. 쨋든 비가 온다는 이유로 위험해! 하면서 저와 일부 친척들은 산소에 가지 않고 집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울리는 전화 한통.
"집에 있는 남자들 빨리 산으로 올라와"
이야기를 들어보니 산에서 나는 송이버섯을 누가 마음대로 채취해가버렸단 겁니다.
송이버섯은 1능이 2송이 3표고라는 말이 있을만큼 버섯계에서는 최고 대접을 받는 귀한 버섯입니다. 살아있는 소나무 뿌리에 붙어 사는 이 버섯은 인공 재배가 불가능하고 나는 곳도 제한적입니다.
그것은 작은 아버지의 생계수단이고 지금은 송이 버섯이 많이 나는 때 인데 그것을 누군가 함부러 가져갔다고 하네요. 6형제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살지만 모두 나고 자란 곳은 그 산 속 아니겠습니까? 흩어져서 또 지원군 까지 가서 송이버섯 무단 채취자를 찾으러 나섰습니다.
봉화에서 사시는 작은아버지께서 발자국을 따라가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해서 결국 두 사람을 발견했고 일부 상품 가치가 없는 것(모양이 망가졌을 뿐 먹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을 두 사람에게 주고 나머지는 회수하며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일러주며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일단락이 되어서 몇몇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저녁에 돌아오신 작은아버지 말로는 그 두사람이 또 인근에서 송이를 채취했다는 겁니다.
이런... 그 사람들에겐 일말의 양심이란 것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돈에 눈이 먼 것일까요?
저는 그쪽의 룰은 잘 모릅니다만 예를 좀 들어 보겠습니다.
제주도 길가에 감귤 나무가 있다면 그 것은 길가던 사람이 마음 껏 따 먹어도 되는 것일까요?
충남 공주 길가에 밤 나무가있으면 그 밤 나무의 밤을 제가 가서 죄다 털어 와도 되는 것일까요?
엄연히 주인이 있고 그것은 그 주인의 생계 수단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감귤 따기 체험, 밤 따기 체험, 딸기 따기 체험... 이렇게 체험 농가가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러니까... 그것은 봉화 송이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봉화 송이축제라는 것을 매년 개최하고 있고 그 홈페이지에서는 송이 채취 체험 신청 페이지가 있습니다. 이것을 안다면 개인이 마음대로 산에 들어가 송이를 채취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 쯤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두 사람이 등산을 목적으로 산에 왔다가 송이 버섯을 하나 발견하고 냠냠 했으면 모르겠지만 가방에 송이를 가득 채운 것을 보면 그 목적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게 송이를 가져가버리면 수백만원의 피해는 금방 나버립니다.
나는 때가 있고 매년 송이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닌데...
그런 버섯을 못된 맘을 가지고 접근해오다니... 안될 일이이죠. 못된 사람들 입니다.
작은아버지의 말씀을 들어보면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나는 탓인지 산을 지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온 가족이 만나 하하호호 즐거워하고 있는 추석을 파고든 이번 일은 충격적이었고, 아마 작은아버지는 차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새울 것 같습니다. 첨단 문물과는 동떨어져서 그냥 순박한 시골 그대로 모습을 가지신 작은아버지께서 이런 고민을 하지 않으셨음 좋겠어요.
여러분!
산에서 나는 버섯이나 다른 채취 가능한 것들에도 주인이 있고, 그것 때문에 사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무단으로 채취하면 누군가는 아파요.
자연을 그냥 자연으로 느끼고 농산물은 정당한 가격을 주고 먹도록 해요. 부탁이에요!
+) 내용 추가합니다. 송이의 소유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주시는데 경매 입찰로 소유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여기 살았으니 내 것이라고 우기는 것이 아닙니다. 2010.10.06
봉화는 경상북도의 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강원도와 다름없는 곳이지요.
봉화라는 지명이 익숙치 않으면 영주, 울진이라는 지명은 어떠신가요? 그 인근입니다.
아래 지도를 첨부하니 살펴봐 주세요.
좀 더 클로즈업 해 보면 주변엔 온통 산 밖에 없습니다. 태백산, 소백산, 청량산....
아버지는 이 곳에서 중학교 공부를 마치시고 경북 경산으로(대구의 위성도시) 유학을 와 그곳에 터를 잡으셨습니다만 할어버지 할머니, 또 작은 아버지 가족은 아직 봉화에 살고 계십니다. 봉화 시내가 아니고 산 속에 집 한채인 시골에서요. 예전에는 농사를 지으셨지만 지금은 연세가 있으셔서 못하고 작은 아버지가 흑염소도 키우시고 송이버섯을 채취하여 판매하고 계십니다.
고모를 제외한 6형제는 매년 명절과 할아버지, 할머니 생신때면 봉화로 갑니다. 저 역시 그 자리에 동참하구요.
지난 추석에도 어김없이 6형제가 모였습니다. 이제 그 자녀들도 장성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데리고 옵니다. 대가족입니다. 북적북적 시끄러운 추석 당일 아침. 늘 그랬던 것 처럼 차례를 지내고 증조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에 갑니다.
지난 추석 하면 '비'가 제일 먼저 생각나는 분도 있으시겠죠. 봉화에도 추석 전날 비가 많이 내려 하마터면 고립될 뻔 했습니다. 추석 날에 다행이 잔잔해 졌습니다만. 쨋든 비가 온다는 이유로 위험해! 하면서 저와 일부 친척들은 산소에 가지 않고 집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울리는 전화 한통.
"집에 있는 남자들 빨리 산으로 올라와"
이야기를 들어보니 산에서 나는 송이버섯을 누가 마음대로 채취해가버렸단 겁니다.
송이버섯은 1능이 2송이 3표고라는 말이 있을만큼 버섯계에서는 최고 대접을 받는 귀한 버섯입니다. 살아있는 소나무 뿌리에 붙어 사는 이 버섯은 인공 재배가 불가능하고 나는 곳도 제한적입니다.
그것은 작은 아버지의 생계수단이고 지금은 송이 버섯이 많이 나는 때 인데 그것을 누군가 함부러 가져갔다고 하네요. 6형제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살지만 모두 나고 자란 곳은 그 산 속 아니겠습니까? 흩어져서 또 지원군 까지 가서 송이버섯 무단 채취자를 찾으러 나섰습니다.
봉화에서 사시는 작은아버지께서 발자국을 따라가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해서 결국 두 사람을 발견했고 일부 상품 가치가 없는 것(모양이 망가졌을 뿐 먹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을 두 사람에게 주고 나머지는 회수하며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일러주며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일단락이 되어서 몇몇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저녁에 돌아오신 작은아버지 말로는 그 두사람이 또 인근에서 송이를 채취했다는 겁니다.
이런... 그 사람들에겐 일말의 양심이란 것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돈에 눈이 먼 것일까요?
저는 그쪽의 룰은 잘 모릅니다만 예를 좀 들어 보겠습니다.
제주도 길가에 감귤 나무가 있다면 그 것은 길가던 사람이 마음 껏 따 먹어도 되는 것일까요?
충남 공주 길가에 밤 나무가있으면 그 밤 나무의 밤을 제가 가서 죄다 털어 와도 되는 것일까요?
엄연히 주인이 있고 그것은 그 주인의 생계 수단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감귤 따기 체험, 밤 따기 체험, 딸기 따기 체험... 이렇게 체험 농가가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러니까... 그것은 봉화 송이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봉화 송이축제라는 것을 매년 개최하고 있고 그 홈페이지에서는 송이 채취 체험 신청 페이지가 있습니다. 이것을 안다면 개인이 마음대로 산에 들어가 송이를 채취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 쯤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두 사람이 등산을 목적으로 산에 왔다가 송이 버섯을 하나 발견하고 냠냠 했으면 모르겠지만 가방에 송이를 가득 채운 것을 보면 그 목적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게 송이를 가져가버리면 수백만원의 피해는 금방 나버립니다.
나는 때가 있고 매년 송이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닌데...
그런 버섯을 못된 맘을 가지고 접근해오다니... 안될 일이이죠. 못된 사람들 입니다.
작은아버지의 말씀을 들어보면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나는 탓인지 산을 지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온 가족이 만나 하하호호 즐거워하고 있는 추석을 파고든 이번 일은 충격적이었고, 아마 작은아버지는 차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새울 것 같습니다. 첨단 문물과는 동떨어져서 그냥 순박한 시골 그대로 모습을 가지신 작은아버지께서 이런 고민을 하지 않으셨음 좋겠어요.
여러분!
산에서 나는 버섯이나 다른 채취 가능한 것들에도 주인이 있고, 그것 때문에 사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무단으로 채취하면 누군가는 아파요.
자연을 그냥 자연으로 느끼고 농산물은 정당한 가격을 주고 먹도록 해요. 부탁이에요!
+) 내용 추가합니다. 송이의 소유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주시는데 경매 입찰로 소유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여기 살았으니 내 것이라고 우기는 것이 아닙니다. 2010.10.06
- 이것은 버섯계의 왕 중의 왕 능이버섯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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