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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댁에 놀러갔다가 막내사촌동생(초등학교 2학년)의 일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초딩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문장력을 가진 사촌동생의 일기장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가끔 엄마가 사촌동생 소식을 전해줘서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소말리아 해적을 보고 후크선장을 떠올릴 땐 어김없이 초딩이었는데, 일기장을 보니 또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

가장 첫 장에 있었던 일기는 크리스마스날 썼던 일기였는데, 첫 장부터 강렬합니다. 그 내용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크리스마스를 친척들과 함께>

오늘은 모두가 즐거운 크리스마스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즐겁기도 하고 조금은 섭섭한 하루였다.
왜냐하면 27일날 항상 날 잘 챙겨준 믿음직한 고종사촌 형이 군대를 가기 때문이다.
이 추운 겨울날 열심히 노력하는 형이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날씨는 춥지만 씩씩하고 건강하게 우리나라를 지켜주는 멋진 군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추운 겨울에도 무너지지 않는 높은 산 같은 형이 되었으면 좋겠다. 파이팅!

어떠세요?

글씨체는 초등학생 같은데 내용은 완전 어른스럽지 않나요? 제가 초등학교 2학년일 때 이정도로 썼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주변에 초등학생이 없다보니 비교를 못해보겠는데 요즘 초등학생들 다 이렇나요?

'믿음직한, 씩씩하고 건강하게, 높은 산 같은' 이란 표현이 속된말로 쩝니다. '비록'이라는 단어도 사용하기 이른 단어 아닌가요?

보통 학교다닐 때는 옆에서 그렇게 일기 써라 일기 써라 하는데 귀찮잖아요. 쓰기 싫고 그렇잖아요. 방학이라서 미루기도 하고. 그런데 한 장씩 꽉꽉채워서 영양가 있게 쓴 일기장을 보니까 엄청 기특하더라구요. 만약에 제 아들이었으면, 자식 키우는 보람을 느낄 것 같아요. ㅎㅎ


이 추운 겨울에도 무너지지 않는 높은 산같은 형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표현을 어떻게 생각해 낸 것인지.

사촌동생의 문장력. 이정도면 많이 놀라워 해도 되죠?



사촌동생의 또다른 에피소드
초등학교 2학년생에게 비친 소말리아 해적의 모습, 온 가족 빵터진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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