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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 - 아베 쓰카사 지음, 안병수 옮김/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내가 만약 엄마가 있는 집에서 생활을 했다면 아침을 꼬박꼬박 챙겨먹고, 과자와 빵, 떡볶이, 커피는 마시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가 지금 건강상의 이유로 음식 조절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 매 끼니를 챙겨먹는 것은 물론이고 식품을 살 때, 음식을 조리할 때 영양성분을 따지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내가 직장생활 한다고 집을 떠난 후에 있었던 일이라 엄마의 직접적인 터치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집에 갈 때마다 엄마의 유난스러움에 놀라곤 한다. 엄마는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글씨도 놓치지 않으려고 안경을 벗고 눈을 부릅뜨고 성분표를 확인한다. 사실 이걸 유난스럽다고 표현하면 안 되는데 내가 세상에 찌든 도시인이라 그렇게 표현할 수 밖에 없다.
50년 전에도, 100년 전에도 누군가는 아팠을 것이다. 지금 그러하듯. 그러나 그 차이가 있다면 현대인이 아픈 것은 먹는 것을 잘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양이 아니라 질적으로. 지금 우리는 가공식품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까. 얼핏 이름을 들어서는 무엇인지 짐작할 수 없는 화학물질의 덩어리 속에 파묻혀있으니까.
얼마 전 엄마에게 책 선물을 받았다.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 관련글 - 책 선물하는 모녀
번역서인데 원제가 [만든 사람은 절대 먹지 않는 식품의 이면]이다. 섬뜩한 제목이다.
내용은 굉장히 간단하다. 식품첨가물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우는 것이 아니라면 모두 하나로 귀결된다. A라는 식품이 있는데 저비용, 긴 유통기한 등을 위해 A와 아주 흡사한 B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하나 하나 담겨있다. B를 A라 우기는 기막힌 마케팅은 덤.
예를들어 바나나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우유를 바나나 우유라고 했다가 세간의 지탄을 받고 바나나맛 우유라고 바꾼 일이 있다. A가 정말 바나나 과즙 우유라면 B는 A를 흉내낸 우유가 되는 것이다. 책에 나오는 이런 제품은 햄, 명란젓, 단무지, 간장, 청주, 식염, 식초, 설탕, 크리머, 라면스프 등등. 많다. ^^;
책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뭘 먹었나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고, 편리성, 비용, 시간 등을 생각했을 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다는 사실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하루에 수십가지의 식품첨가물을 먹고 있는 셈이니 무어라 말을 해야할지. 과연 정답은 뭘까?
책에선 그래, 어쩔 수 없이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치자. 그런데 업계에서만 쉬쉬하고 말 것이 아니라 100% 공개하자. 눈속임 하지는 말자. 적어도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있도록 하자. 식품첨가물로 가공식품을 만들었다고 해서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업계의 양심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들은 본인이 개발하고, 본인이 만든 식품을 먹지 않는다. 그들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소비자가 원하니까 업계도 만들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럼 소비자의 역할은 무엇이냐?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렴풋이 알 것같다.
책을 덮었을 땐 엄마의 유난스러움이 바람직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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