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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뽀는 환절기 때나 먼지가 많은 곳에 가면 콧물, 코막힘, 재채기, 눈 가려움, 목 가려움으로 고생을 합니다. 알레르기 비염이지요. 알레르기 비염 한번 도지면 심신이 괴롭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주르륵 콧물이 흘러나온다거나 간질간질 거리기만 하고 나오지 않는 재채기에 눈물은 진득진득하고 멍해지는 정신.

이렇게 괴로워도 약을 무작정 먹지 않는데요. 버티다 버티다 안될 때 먹습니다. 이유는 알레르기 비염약은 성분 자체가 졸음이 오게 하기 때문입니다. 알레르기 증상 완화 대신에 얻어야 하는 졸음. 밖에서 활동하는 일이라면 모를까 사무실에 얌전히 앉아서 이 약을 먹었다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병든 닭이 되어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있습니다. 잠 하나는 정말 편안하게 잘 옵니다. -_-v

암튼 알레르기 비염이 찾아왔다 하면 큰일입니다. 큰일. 약을 먹어도 괴롭고, 먹지 않아도 괴롭습니다. 코 푸는 소리, 킁킁거리는 소리, 재채기, 예민해진 신경, 업무능력 떨어짐으로 주변 사람도 괴롭습니다. 민폐쟁이 윤뽀가 됩니다.

에효.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되었습니다. 알레르기 비염. 그분이 오셨습니다.


버티다가 약국 약을 하나 먹었습니다. 사놓고 두 알 째인데 처음엔 잘 듣던 약이 그날따라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더군요. 심지어는 잠도 안오더나이다. 하루에 한 알만 먹어도 되는 알레르기 비염 약이라 증량해서 먹지도 못하고 다른 약을 또 사먹자니 과복용 할 것 같고 해서 하루 내내 코 흘리고 양 코는 시뻘겋게 변해버렸고 따꼼따꼼함을 견디지 못해 결국 그 담날 병원에 갔습니다. 증상은 어제보다 덜했지만 미리 약을 받아놔야 주말이 편할 것 같았습니다. 주말에 중요한 일이 있었거든요.

가까운 이비인후과에 가서 사정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제 약국 약을 한 알 먹었는데 전혀 효과가 없더라구요. 코를 내내 흘렸어요. 이 약을 전에 먹었을 땐 잘 들었었거든요?"

우리의 의사선생님. 초스피드 진료를 시작합니다. 이 병원이 두 번째인데(한달 전에 다녀갔었음) 약을 한번 먹어서 아냐더라구요. 이 의사선생님은 한달 전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아서 약국 약을 어제 먹었다고 다시 말씀 드리는데 제 이야기가 다 전달되기도 전에 다다다 진행을 합니다.

"눈은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코만 나온다니까요."

코에 뭘 넣고 그 담엔 입을 벌리라 합니다.

"목은 안 간지러웠어요? 아 해보세요. 기침은요."

입을 벌리라 해놓고 자꾸 말을 시킵니다. 목은 안 간지럽고 기침도 안 난다고 하는데 갑자기 뭘 쿡 쑤십니다. 따가워서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목을 지져놓았으니 따뜻한 물 많이 먹으랍니다.

그렇게 진료가 끝났습니다. 증기 1분 40초 흡입하고 처방전 받고 나왔습니다. 접수에서 결제까지 총 5분도 안 걸린 것 같습니다. (손님도 없어서 접수 후 바로 진료실) -_-;


그 목을 지지는건지 뭔지 이름은 모르지만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병원가면 많이 해봐서 느낌은 아는데 이번에 아주 과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과했다는 느낌은 이비인후과 잘은 몰라도 한 십여년만에 처음이었는데요. 왜 그걸 느끼냐면 보통 그걸하면 목이 잠깐 따갑긴 해도 견딜만 하거든요. 그런데 그 이상한 느낌이 증기 흡입할 때도 그렇고 나와서 처방전 받기 전까지 계속 되더군요. 증기 흡입할 때 정말 침이 그냥 줄줄 흐르더라구요. 그래서 나와서 물을 마셨는데 목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한 잔 하고 오후 일을 하는 내내 병원 가기 전에는 아프지도 않던 목이었는데 계속 목에서 그 지지는 약품 맛이 나고 침 삼킬 때 아프고 뭐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목이 아프지 않다고 했는데 왜 거길 지져놨는지도 이해가 안가고 과잉진료 한 것 같고 기분이 아주 별로였습니다.


무엇보다 환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설명도 하지 않은 그 의사선생님의 행태가 아주 불만족스러워 치료 자체에 신뢰가 가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환자가 많아 붐비고 있었다면 또 모를까 제가 갔을 당시 대기실에 한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은 제가 진료받고 나올 때 까지 있었던 걸로 봐서 환자는 아닌 것 같았고, 진료실에 들어갔을 때 다른 환자가 증기 흡입하는데 있었는데 그 분 말고는 다른 환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병원 문 닫을 시간에 가서 억지로 진료를 봐 달라고 한 거냐. 그것도 아니었거든요. 병원 점심시간 1시까지인 거 알고 점심 포기하고 12시에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10분 좀 더 걸려서 병원에 갔고 접수했습니다. 진료 끝나고 나와 물 세잔 마시고 카드 결제 찍힌 시간이 12시 18분입니다. -_-


앞으로 코가 흘러 넘치든 재채기가 나든 이 병원은 다시는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제가 안 간다고 병원이 뭐 눈 하나 깜짝 하겠습니까? 이 지역에서 계속 살 것도 아니고 이 지역 사람들을 많이 알아서 가지 말라고 소문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렇게 블로그에나 끄적거리는게 다죠.

아픈 사람이 서럽고 죄인이지 쳇.

아무리 의사 선생님이라고 해도 본인도 사람이고 아픈 날 있을텐데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다른 병원 가서 똑같이 당하면 무어라 말하실지 참 궁금합니다.

아~ 시간이 좀 지났지만 여전히 이 일을 떠올리면 기분이 별로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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