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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부재중 전화가 떴습니다.

발신자는 시어머님. 허걱. 괜히 맘이 급해져 전화를 드렸죠. 안부전화였습니다. 잘 지내냐, 밥 잘 챙겨먹어라 하는 내용이었지요.

안부를 주고받다가 시어머님께서 그러시는거에요.

"갸가 잘 해주냐?"

시댁에 가면 신랑은 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아요. 경상도 사람도 아니면서 경상도 사람처럼 무뚝뚝하다니까요. 3형제가 다들 그렇게 말이 없어서 동서가 본인도 처음에 형제들 모인거 보고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도 좀 그렇거든요. ㅋㅋㅋ 그래서 시어머님이 걱정이 되셨나봐요. 저랑 신랑은 나이차이도 좀 있는데 둘 다 애교도 없고 덤덤하니까. 둘이 있음 또 안그런데 말이에요.

"네. 어머님. 잘 해줘요 ㅎㅎㅎㅎ"

그래도 걱정이 사그라들지 않으시는지 이렇데 덧붙이시는거에요.

"주말에 갸한테 맛있는 것도 사달라 그러고 일찍 들어오는 날엔 밥도 해달라 그랴."


순간 뜨끔. 주말에 제가 늦잠자면 신랑이 밥하고 저는 늦게 일어나서 반찬 하나 해서 같이 밥먹고 그러거든요. ㅋㅋ 그래서 가끔 밥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님 왈.

"밥은 할줄 아는가 모르겠다. 갸가 자취하고 하긴 했어도 밥은 못할거다."

힝. 어케요? 신랑 밥도 하지만 반찬도 해요. 제가 요리하고 있음 옆에 와서 첨언도 해요. 이렇게 해야하는거 아니냐 저렇게 해야하는거 아니냐면서. 블로그에 올릴꺼라고 도와달라고 하면 사진도 찍어주고 맛도 평가해요. 제가 부엌에서 처음 시도하는 요리가 있음 레시피도 찾아줘요. 가끔 제가 밥 다 됐는데도 안일어나면 찌개도(온니 김치찌개) 끓여요. 심지어 라면은 저보다 잘끓임. ㅠㅠ

시어머님은 전혀 모르셨던 신랑의 이런 모습!

말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자상하고 속깊은 신랑의 모습을 어머님께도 알려드려야 하는데 이거 며느리가 해야할 일을 아들이 하고있다고 밉게 보실까봐 말을 못하겠어요. 불량 아내라서 신랑한테도 미안, 시어머님께도 죄송하네요. 맞벌이부부라고 핑계를 대 봐도 신랑보다 일찍 퇴근하는데 말이에요. ㅠ_ㅠ

이런 상황인데 전화를 끊고 신랑한테 "자갸. 어머님이 자기보고 나 맛있는거 사주고 밥도 좀 하랬어" 라고 냉큼 이야기 한 철없는 불량 아내. ㅋㅋ 그래도 절 아껴주는 신랑과 아직 본 모습을 모르지만 아들보다 저를 위해 말을 해 주시는 시어머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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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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