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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작가님의 [홀]과 [죽은 자로 하여금]을 재미있게 읽어서 [소년이로(少年易老)]까지 왔다. 단편집이었다. [홀]의 뼈대가 된 단편인 '식물 애호'를 발견해서 반가웠고, 놀라웠다. 이 작가님은 특유의 홀리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어두컴컴한 무언가. 그게 작품마다 녹아있었다.


하지만 뭐랄까. 난 단편이 싫다. 뜨뜻미지근하고 해석되지 않는 찝찝함이 싫다. 표제작인 '소년이로'가 처음 등장하는 단편인데 아니 그래서 알았냐고, 몰랐냐고. 그게 중요한 건 아닌데 맺어지지 않았단 느낌 때문에 괜히 뾰로통한 기분이 들었다.

읽은 지 얼마 안 됐는데 나머지 작품은 거의 잊고 있었다. 포스팅하면서 찾아보니 제초제 회사에 미치고 환장할 것처럼 집착하는 남편을 보는 아내, 군대에서 후임을 뚜까팬 처남을 둔 남자가 그놈이 잘못한 걸 알지만 탄원서를 받아야만 하는 사정, 베란다에서 이불이 떨어져 허리를 다친 남자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 치매에 걸린 장인어른과 함께하는 남자, 술 등등의 파편이 되살아났다.

사건을 좀 정리하면서 봤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당시엔 분통, 분노, 답답 등의 감정에 매몰되어 있었는데 오래 기억나는 것이 없어 아쉽다. 이렇게라도 남겨놔야 또 시간이 흘러 봤을 때 그나마 내가 이랬단 걸 알 수 있어 키보드를 두드리는거다.

다음엔 장편소설로 만나요. 작가님.


2019/09/18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책] 죽은 자로 하여금 〃
2019/08/18 - 편혜영 장편소설 [홀 The Hole]


소년이로 - 10점
편혜영 지음/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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