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데 큰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늑대는 고구마를, 돼지는 주먹밥을 들고 있다가 서로 바꿔먹기로 한다. 근데 늑대가 돼지의 주먹밥만 홀랑 먹고 자기 고구마를 들고 튀어버린다. 그 말을 들은 생쥐가 토끼를 부르러 가고, 토끼가 원숭이를, 걔가 너구리를, 너구리가 하마한테까지 가는데 그 과정에서 계속 말이 바뀐다. 최종적으론 돼지가 고구마가 된 상황. 말이야 방귀야? 말이 전해지면서 없던 것도 만들어내는 것이 아이에게 와 닿았을까?
아이랑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혼자 읽으라고 던져주지 않고 같이 읽었다. 두 번이나. 아이는 말이 잘 못 전달 되는 과정을 웃으면서 봤다. 그림책이라 상황이 웃기게 그려졌긴 한데 그러고 지나가면 안 될 것 같아서 이런 예, 저런 예 다 끌어와서 주절주절 말이 많아져버렸다. 그림책을 휘리릭 보고 지나가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어쩐지 꼰대 같군. 말이 옮겨질 땐 이렇게 변할 수 있다고 하니 그럼 글로 하면 되겠단다. 그 그래, 그것도 그래. 너만의 방법을 찾아보렴. 화이팅.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는데 [군고구마와 주먹밥]은 그 작가의 신작이었다. 미야니시 타츠야. 입에 붙는 이름은 아니지만 그 책 본 사람은 누구나 기억할걸? 그림체가 비슷하면서 다른 듯하다.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는 글밥이나 페이지수가 은근히되어서 오히려 지금 읽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너무 어릴 때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지나가버렸다.) [군고구마와 주먹밥]을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근데 지금 집에 들이자니 애매하다. 저학년 문고를 좀 읽히면서 그림책은 기분 전환 용으로 가볍게 곁들이고 싶은데 이래저래 아쉬우니 한 권씩이라도 다시 대출을 해봐야겠다.
군고구마와 주먹밥 - 미야니시 타츠야 지음, 황진희 옮김/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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