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이란 부제가 달린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읽었습니다.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이에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발표된 후 구입한 『작별하지 않는다』가 1판 27쇄, 『흰』이 2판 23쇄였거든요. 근데 『숨결이 바람 될 때』이 1판 100쇄라니. 한 번 찍을 때 몇 부를 인쇄하는진 모르겠지만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00부, 2000부일 텐데 대단하지 않아요? 이 책의 힘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이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인 폴 칼라니티는 세계 일류 대학병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올만큼 실력있는 30대 신경외과 의사였습니다. 살아있었으면 뇌종양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이의 몸과 마음을 치료했을 테죠. 불행히도 그에게 찾아온 암은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였고 그의 인생이 가장 빛났어야 할 순간을 빼앗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단순히 신파로 나열하지 않아요. 그는 상황을 인지하고 죽음의 순간까지 담담하게, 최선을 다해 일상을 삽니다. 같은 상황의 나라면 도저히 엄두도 못 낼 만큼 강인하더라고요. 업무로의 복귀, 인공수정을 통한 임신,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눈을 감을 때까지 눈에 그려지듯 책을 썼어요. 문과 감성을 가진 이과 선생님. 삶의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그 태도가 이 책이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음, 사실 이 책을 언젠가 읽었거든요? 분명 읽은 것 같은데 기록이 없어요. 블로그나 다이어리에 읽은 책을 써놓는데 21~24년엔 없네요. 더 이전인가봐요. 이전 다이어리 찾아야 해서 스톱. 제가 뇌수술을 한 후라 아는 단어들이 좀 나와서 어렴풋한 기억이 있는데 꿈에서 읽었는지 아휴 참. 아무튼 이번에 보니 새로운 것들이 또 보였어요. 최근 연극과 뮤지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시체 장사를 위한 살인이 성행했다는 부분에서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시상밑핵 뇌 깊숙한 곳에 아몬드 모양의 작은 조직에 전극을 심은 일화에서는 소설 '아몬드'가(뮤지컬로도 나왔더라고요!) 생각났어요. "우리는 어느 날 태어났고, 어느 날 죽을 거요. 같은 날, 같은 순간에. 여자들은 무덤에 걸터앉아 아기를 낳고, 빛은 잠깐 반짝이고, 그러고 나면 다시 밤이 오지"는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희곡의 대사인데 대학로에서 '고도를 기다며를 기다리며'라는 연극이 올라오고 있거든요. 관람은 못했지만. 책장을 덮고나니 지구 반대편 어디선가의 누구와 아는 이야기 주고받은 것 같았어요. 살아있었다면 더 많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응형
블로그 이미지

윤뽀

일상, 생활정보, 육아, 리뷰, 잡담이 가득한 개인 블로그. 윤뽀와 함께 놀아요. (방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