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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대 졸업생인데 과의 특성상 여자가 많지 않았다. 전 학년을 통 틀어 봐야 체육대회 출전할 한 팀이 나오지 않았을 정도니 그 수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소수의 여학생 중 사회로 진출해 과 특성을 살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는데 때문에 그 연락망 또한 좁았다. 많이. 그냥 편하게 한명이라고 해두자.
중, 고등학교 시절 친한 친구들을 만나도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만남의 즐거움을 떠나 내 일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터놓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때가 있는데 대학 친구 중 나와 같은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면 그것이 해소가 된다. 그래서 그 친구와는 서로 일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데 아낌이 없고, 정보를 교환하는데 열성이다.
그 친구는 첫 직장을 잡고 많이 힘들어 했었다. 집떠나 혼자 나와 있는데 외롭다며 울면서 전화가 온 적도 있었고, 만나서는 직무와의 적성 문제, 늦은 퇴근 시간, 상사와의 관계 때문에 고민도 함께 이야기 했다. 친군 그나마 내가 먼저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언을 얻으려 했지만 사실 나도 출근이 행복하지만은 않았기에 푸념을 더 많이 했었던 것 같다. "때려치고 싶은데 정말 어쩔 수 없이 다니는 것 같아"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서로의 애로사항들을 이야기하며 지내던 어느날 그 친구가 메신저로 url 주소를 하나 보내왔다. 자신이 많이 위로 받았다고 하면서 나도 꼭 봤으면 좋겠다며 말이다. 그 링크를 따라갔을때 법륜 스님의 글이 있었다.
스님의 글을 보고 내안의 욕심이 얼마나 커다란가를 깨달았다. 전혀 즐겁지 않은 회사를 억지로 다니며 버티는 내 일상 모습, 유학간 친구를 부러워하며 나도 가고싶다 회사만 아니면 가고싶다 하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내 모습. 그런 나의 내면엔 결국 돈의 달콤함에 빠져 놓아버리지 못하는 내 욕심 탓이었다. 어찌 두개를 다 가질 수 있겠는가. 하나를 얻고자 하면 하나를 놓아주는 것이 이치이거늘. 알면서도 참 행가기 어려운 그것을 스님이 '딱' 꼬집어 이야기 해 주고 계셨다.
[행복한 출근길] 이라는 책은 내가 느낀 그 모든것의 결정체였다. 법륜 스님은 꼭꼭 숨겨두었던 사람의 심리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그러지 말라 하신다. 이제 좀 탁 터놓고 살아 보라는 그 말씀이 어찌나 뼈속 깊이까지 파고들던지. 삶 전반을 흔드는 스님의 말씀이 날 많이 반성케 했다.
문득 '첫 출근' 하기 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대학 4년간은 내가 어땠는지 몰라도 난 우물안의 개구리였다. 실무적인 소양이 부족하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또 하고싶은 것도 많다. 연봉이 적더라도 많이 배울 수 있는 직장을 가지자. 내 시간을 보람되게 쓰자. 다른 나를 보여주자.' 이렇게 생각하고 또 남들에게 말해왔던 나 아니었던가.
아직 늦은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렇게 다짐하고 출근한 그날의 아침처럼 내일 상쾌한 출근을 하리라 결심해 본다.
법륜 스님의 넓은 뜻을 나는 조금이라도 헤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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