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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우울증보다 산후우울증이 더 많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공감이 가요. 임신 중에는 나 자신도 그렇고 주변에서 '나'를 많이 배려 해 주잖아요? 근데 출산을 하고 나면 나는 온데간데 없고 모두 (나조차) '아기'에 집중.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우울감이 따라오는데 저 같은 경우 그 큰 알맹이는 모유수유와 많이 관련 되어 있었습니다.

조리원에 있을 때 3시간에 한 번씩 유축하면서 이게 뭔 짓인가 싶었어요. 유축은 임신 전과 임신 기간 중에는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신세계였어요. 말 그대로 젖 짜는 기계가 따로 없더라고요. 산모들끼리 조리원은 몸조리하는 곳이 아니다. 여긴 젖 짜는 공장이다. 본인 가슴이 지금 서울우유라느니 하는 농담을 울며 주고 받았죠. 지나고 나니 기억이 잘 안나는데 신랑이 그 기분을 잘 못알아주고 말을 잘 못해서 밥먹으면서 눈물을 찔찔 흘렸다니까요.

모유수유가 마냥 쉽지만은 않거든요. 순전히 아기와 엄마의 싸움인데 잘 안되면 정말 더럽게 아프고 아기도 원망스럽단 말이에요. 다 치우고 분유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지나고나면 아기를 미워했던 마음이 들었다는 것 자체가 죄책감이 들어 미안하고. 근데 주변에서 자꾸 "젖 잘 먹고 있냐" 고 물어보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건지. 모유만 먹으니 '' 먹고 있다고 답해야 하는데 과정이 순탄한 건 아니라 이게 ''인가 싶고. 내가 분유 먹였음 어쩔껀데 왜 '' 잘 먹고 있냐고 물어보는건가 싶어 짜증나고. 우울합니다.


신랑의 행동 때문에도 엄청 스트레스 받고 우울할 때가 있어요. 본인도 힘들겠죠. 바깥일이 있는데 집에서 마냥 쉬지 못하니까요. 물론 잘 해주고 신경 써 주는 영역이 있긴 한데 아닌건 아닌지라 힘든거죠. 퇴근해서 오면 오복이 잘 먹었냐 물어보는게 일상. 궁금하긴 하겠지만 수유일지 적어놓은 것 보고 알아줬음 하는 것이 본심입니다. 그리고 자세가 어쩌구 저쩌구 말하면서 본인이 바로잡아줄려고 하는 것, 얼마나 화딱질 나는데요. 몰라서 못 하는 것 아닌데 도와달라고 할 때 도와줬음 좋겠어요. 그리고 엄마한테 신경을 써 주란 말이에요. 가슴 아프고 팔다리 펼 때 마다 두둑 소리나고 잘 펴지지도 않고 애 본다고 목 떨어질 것 같은데 괜찮냐는 말 한마디, 잠깐 주물러주는 것 정도는 해 줄 수 있잖아요. 남들 다 아기한테 신경써도 남편은 아내 신경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기타 외출 어렵고(가슴 불어서 아프고, 수유실 있는 곳 찾기 어려움), 음식 가려 먹어야 하고(이제 술 빼고 대부분 먹긴 하지만 ㅋㅋ) 수유복 입어야 하고(맘에 쏙 드는 옷 없고, 계속 입을 옷이 아니라 투자가 어려움) 뭐 이런 저런 것들이 초보 엄마에겐 버거울 때가 있더라고요. 그러려니 싶다가도 한 번 탁 건들면 터질 것 같은 그런 것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어느날은 젖을 잘 빨고, 옹알이를 하고, 눈을 마주치고, 생긋 웃어주면 그걸로 기분 풀리는 것이 일상이지만요. 그 기쁨을 느끼기 전에 우울감이 커져서 위험해지는 사람도 있어요. 괜히 베란다에서 아기 던지고 그러는게 아니란 말이죠. 자기가 그러고 있는지도 모른데요. 산후우울증 안 걸리도록 아빠는 물론이고 주변에서 긍정의 힘을 많이 실어줬음 합니다. 아기 예쁘고, 귀엽지만 그 뒤에 있는 엄마한테도 종종 포커스 맞춰주세요. 엄마도 관심 받을 줄 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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