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풍뎅이 한 마리가 톱밥 위에서 번데기가 되었어요. 번데기가 되고 있을 때 발견하여 바로 인공번데기방을 만들어주고 지켜봤는데요. (4월 4일 번데기가 되어 4월 30일 우화했습니다.)
얘가 음, 우화부전이네요. 번데기방을 제대로 짓지 못했기 때문에 우화부전의 가능성이 높은데 첫 번데기라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계속 지켜봤거든요. 그 과정에서의 충격도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인공번데기방 만드는 걸 너무 쉽게 생각했나 싶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네요. ㅠㅠ
번데기가 되면 충격을 주지 않아야 한다, 우화 후 날개가 다 마르기까지 만지지 말아야 한다 등등 주의사항을 알고 있었어요. 번데기를 손에 올려보는 등의 콘텐츠를 봤지만 인공번데기방 만드는 과정에서 한 번 들어 올렸을 뿐 결단코 손대진 않았는데 이런 일이 생겼어요. 우화부전은 남의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역시 살아있는 생명을 키운다는 건 어렵습니다.
강안이는(오복이가 강강이, 안정이 이름을 따 강안이라고 붙여줬어요. 첫 번데기라 이름을 득했어요.) 우화 직후 한 쪽 겉 날개가 물집 잡힌 것처럼 동그랗게 부풀어있었어요. 종이컵 인공번데기방은 불편해 보여서 넓은 사육통으로 옮겨 지켜봤는데 등이 서로 붙어있지 않고 갈라졌더라고요. 푸드덕 잘 날긴 하던데 쨌든 정상적이진 않아요. ㅠㅠ
장수풍뎅이 우화부전을 찾아보면 강안이보다 더 심한 경우도 많더라고요. 속날개가 제대로 수납이 안 되었거나 수컷의 뿔이 유난히 짧거나 휜 경우, 반은 번데기고 반은 우화 한 것도 봤고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등등. 우화부전을 검색해볼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 사진들이 참 강렬했습니다. 에고고.
1세대를 겪어봤을 때 암컷은 주로 톱밥 아래 숨어있더라고요. 강안이도 마찬가지라 지금 어찌 지내는지 궁금한데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요. 아직 우화하고 얼마 안 지나 그런지 곤충젤리 먹으러 나오지도 않고. 5일 정도 지켜봤는데 얼굴 보기 힘드네요. 잘 있겠죠? 혹시 톱밥 아래서 명을 달리했을까 무서워요. 차마 들춰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ㅠㅠ
대부분의 장수풍뎅이들을 방생해줘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강안이는 자연에서의 생활이 녹록지 않을 것 같아 데리고 가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강안이가 충생을 온전히 누리고 갔음 좋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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