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밥 - 미음의 마음]. 저자가 흉부외과 의사다. 의사로서, 병원 직원으로서의 밥과 환자 입장에서의 밥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에세이 읽을수록 내 취향에 대해 잘 알게 되는데 이번 것? 실패하지 않을 부류다. 좋다! 전체 볼륨, 에피소드별 볼륨이 적은데 눈물과 가슴 뜨뜻함은 많았다.
퉁퉁 불어버린 자장면, 다 식어버린 커피는 병원 관련 콘텐츠의 흔한 클리셰라서 짠하긴 해도 마음이 쉬 움직이진 않았는데 의사가 되어 본 첫 환자의 죽음, 의사지만 가족의 수술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관점 같은 건 보고 또 봐도 눈물샘 버튼을 눌렀다. 병원 식단의 다양함과 수고로움에 감사했고 콧줄 식사는 아직은 나와 닿지 않았던 영역이어서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금식을 가볍게 여기고 몰래 밥을 먹는 바람에 난리 난리가 났던 에피소드에선 좀 그랬다. 너무 위험했잖아. 안타깝다고 말하기엔 무지했고 화가 났다.
이 책의 백미는 제목에도 나와있는 '미음의 마음'이다.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 누구나 너무나 공감 가는 이야기다. 병원에서 미음이 나왔다. 맛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다 죽을 먹고 일반식이 나오면 회복을 하고 있단 소리. 보호자와 환자식을 나눠먹다가 보호자가 햇반을 돌리기 시작하고, 사식을 먹기 시작하면 퇴원이 머지않았단 이야기다. 밥만 따라갔는데 가슴 벅찬 결말이다.
책을 읽고 며칠 지나지 않아 아버님이 입원하셨다. 보호자로 있는 어머님의 식사도 온전치 않을 것이다. 평생 농사지은 쌀과 식재료로 식사하셨는데 지금은 밥 맛이 쓸테지. 입맛이 돌 그날을 위해 차근차근 시간을 보내셔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 상에서 밥 한 끼 할 수 있길 기도한다.
미음의 마음 : 병원의 밥 - 정의석 지음/세미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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