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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 이틀째입니다.

전날 태풍 덴무와 싸우다 후퇴하여 민박집에서 이른 잠을 잤던 탓인지 일찍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등교나 출근 아니면 늦잠자기 대표주자였던지라 무척 이례적인 일입니다. 체형 교정 받으면서 컨디션이 좋아진 이유도 있겠지만 여튼 상쾌한 아침입니다.
다행스럽게도 태풍이 제주도는 지나가서 여파가 남아있긴 했지만 여행에 무리가 갈 정도(1일차에 비하면 양반)는 아니었습니다. 묵었던 여성전용민박 애순이네 민박에서 아침 식사를 한 후에 씩씩하게 8코스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8코스는 월평~대평 올레로 총 17.6km, 5~6시간이 소요됩니다. 월평포구-굿당 산책로-선궷네-대포포구-시에스호텐-배릿내오름-돌고래쇼장-중문해수욕장-하얏트호텔 산책로-존모살해안-해병대길-색달 하수종말 처리장-열리해안길-논짓물-동난드르-말 소낭밭 삼거리-하예해안가-대평포구 순으로 진행이 됩니다.

민박이 서귀포 시내에 위치했었던지라 월평으로 가는 버스 타기엔 매우 수월했습니다. 5번 버스를 타고 월평알동네라는 곳에서 내렸습니다. 올레 코스임을 알리는 빨간, 파란 리본이 버스정류장 기둥에 묶여 있습니다. ㅎㅎ 맞은편에 있는 송이슈퍼에서 제주의 물 삼다수를 사서 힘차게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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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세입니다. 친환경소재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조랑말 모양의 제주올레의 이정표입니다. 길을 가다 간세를 보면 굉장히 반갑습니다. 내가 잘 가고있구나. 안도감도 들구요. START지점의 간세를 찍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태풍이 휩쓸고 간 후라 시작부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물이 넘칠 우려가 있으니 안전을 위해 다른 경로로 이동을 해야 했습니다.

계속해서 날씨는 말썽입니다. 해가 났다가 비가 왔다가, 바람은 불고...

파도는 또 얼마나 사납던지요.
모래사장이 아닌, 돌덩이와 돌맹이로 이루어진 바닷길을 걷다가 미끄러운 돌에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넘어지면서 검은 돌 색과 비슷한 바퀴벌레같은 벌레들의 습격에 나 덮혀 죽나? 하는 생각도 덜컥 들더라구요.
얘네들인데 이름이 뭔지... 정말 바퀴벌레 처럼 생겨가지고.. ㅠㅠ 휩쓸고 지나가면 재도 안남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4km를 걸었습니다.

이때 걸려오는 전화 한통. 남친님이었습니다. 남친님이 휴가내고 제주도 여행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할려고 했었던 제주도 여행은 하루 반만에 깨지고 둘만의 여행으로 변질되었습니다. =_=; 여행 가기 전 혼자 갈 것이라고 얼마나 설레발 쳤었는데 이 사기꾼아 싶으시죠?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쩝. 어찌어찌 되어 중간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제주 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대포항에서 내려 합류했습니다. 그래서 요 아래부터는 함께하는 여행기입니다. ^^

올레 코스에는 포구가 많은데요. 태풍 때문에 배가 다 묶여 있어서 사진이 뭔가 포구스럽습니다. ㅎㅎ

남친님을 만나고 나서라 한결 마음 편하게 사진도 찍어봅니다. 혼자 있을 땐 코스 완주가 우선순위라 사진보다는 전진이었거든요. 이때 부터는 오다 말다 하던 비도 사그라들어 카메라를 계속 내놓고 다녔습니다. ㅎㅎ

날씨는 흐리지만 제주의 바다는 정말 아름답더군요. 하얀 백사장이 있는 바다도 아니고, 뻘이 있는 바다도 아니고... 물과 검은돌, 그리고 초록의 식물로만 이루어진 바다. 한적한 분위기까지...

올레 코스가 재미있는것이 바닷가로 갔다가, 시가지로 진입했다가, 오름으로도 가고, 산책로로도 가고... ㅎ 그때마다 발바닥에 닿는 감촉도 다르고, 눈으로 들어오는 풍경도 다르고, 풍겨오는 냄새도 다르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8코스는 호텔을 통과하는지라 주변 산책로도 잘 가꾸어져 있었습니다.

주상절리에서는 할머니들께서 파는 하우스 밀감(2,000원)도 하나 사서 먹고... ^^

종문해수욕장 가기 전에 지금 위치는 바다 한가운데라고 알려주는 멍청한 남친님의 갤럭시S를 타박하며 중문 해녀의 집에서 점심 식사도 하고, 색달 해녀의 집에서 간식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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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주한 중문 해수욕장.
검고, 하얗고, 붉고, 회색인 모래들을 밟고 지나가 봅니다. 태풍 때문에 해수욕장으로 나온 인파가 많지 않아서 담담하게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만약에 날씨가 좋았다면 올레 8코스는 STOP 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ㅎㅎ

중문 해수욕장을 지나 하얏트호텔 산책로를 지나다 발견한 표지판. 허걱.
해병대길로 진입을 막았더라구요. 큰길을 따라 우회하는데 계속 찻길이라서 요 구간은 재미가 없었습니다. 씨멘 바닥 밟으려고 여기 온게 아니라며 울부짖으며 걸었죠. ㅋㅋ 우회하면 어떻게 원래 코스로 가냐 싶죠? 우회 코스에도 파란리본, 빨간리본이 달려있어 걱정 없답니다. 휴.

그렇게 합류 지점인 논짓물을 향해 갑니다.

논짓물은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곳이라고 하네요. 온가족 물놀이 장소로 딱이라고 합니다. 요렇게 표현해 놓았네요.
우회해서인지 시간이 오래걸려 도착한 논짓물... 반가웠습니다. ㅎㅎㅎ

죠 펜스 아래로 내려가면 논짓물인데 태풍의 여파로 휑~. 단 한명의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ㅋㅋ 그래서 눈으로만 보고 아이스크림 하나 먹었네요. 어찌나 시원하던지.

하나 먹고 다시 슬슬 걸으니 날이 차차 어두워집니다. 8코스의 끝에 가까워지고 있단 뜻이겠지요.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고...

해안가도 다시 한번 지나...

드디어 도착한 대평포구. 우와~ 끝이다. 어둑어둑 해 져서 도착했답니다.
다음날은 1코스를 갈 계획인데 몸도 피곤하고 저녁먹고 출발하면 너무 늦을 것 같아 대평포구에 짐을 풀기로 하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메뉴는 갈치조림.
안그래도 좋아하는 생선에 하루종일 밖에 있었더니 꿀맛이더구만요.
갈치조림 깨끗하게 먹고, 민박집에 가기전 과자 한보따리 사서 또 열심히 먹고 쿨쿨 잠만 잘 잤다는 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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