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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살면서 대한민국 사람과 결혼한 나. 기혼 여성. 이 책에 깊게 공감했다. 나의 친정과 시가의 흉을 보자는 것이 아니라, 내 지인의 누구의 누구까지 끌어내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정말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함을 느꼈다.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라는 제목보다 '가족 호칭 개선 투쟁기'라는 부제가 더 와 닿았다. 그래.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왜 여자가 결혼을 하면 발언권도, 결정권도 없는 식모가 되어야 하는지. 아주버님, 서방님(내 서방도 아닌데), 아가씨보다 아랫것이 되어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부엌일 하는 것이 당연한지. 반대로 보자. 남편이 처가에 가면? 배우자의 부모가 아니면 누굴 '님'이라 부를 일이 없다. 처남, 처제 등등. 존대할 필요도 없다. 부엌일이 아니라 상다리가 휘어지는 밥상을 받고 대접받는다.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잖아? 호칭이란 작은 변화가 맞다, 필요하다.


작가의 경우 배우자와 배우자의 부모님이 이 문제를 이해하고 공감했다. 변화하기 위한 방법을 함께 모색하려 부딪혔다. 하지만 가족 호칭 개선엔 실패했다. 배우자의 형과 배우자가 극렬하게 반대했다. 논의해보자는 것이 한 가족을 해체의 위기로 몰아갈 정도로 큰일인가 싶다. 아랫사람이 먼저 그 말을 꺼낸 것이 윗사람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 생각하고, 위에서 정리를, 잘라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니 고구마 백만 개를 먹은 것처럼 답답했다. 이 문제를 키워서 격렬히 토론하지 않으면 변화가 없을 거란 암담한 기분이 든다.

근데 나는 음. 솔직히 포기했다. 배우자와의 소통도 어려워서 헐떡이는데 부모, 형제까지 끌어올 에너지가 없다. 당장 우리 세 식구도 논하지 못할 문제를 확대해낼 투사가 못된다. 사회적 목소리에 슬쩍 기대고픈데 쉽지 않다.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 10점
배윤민정 지음/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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