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사진 폴더를 뒤져보니 재미있는 사진 한장이 있네요.

전 공대를 나왔는데 한 학년에 4-50명 되는 인원 중에 여자가 둘 뿐이라 1학년 땐 동기들과, 2학년 때 부터는 오빠들 사이에서 생존경쟁을 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남자들이 원래 그런 건지, 이 오빠들이 그랬던 것인지 항상 과제나 시험이 있으면 저랑 여자애 한테 자료를 요구하곤 했었습니다. 제가 친하다고 생각되는 오빠들 몇명한테 넘긴 자료가 복사되어 돌고 돌아 시험장에 전혀 쌩뚱맞은 사람이 들고있는 것을 봤을 땐 욱해서 엄청 화를 내기도 했었어요. 까칠한 윤뽀. ㅇㅇ

자료 만큼 민감하게 반응했었던 것은 커닝페이퍼.

시험기간이 되면 평소 자리가 널널하던 도서관이고 그룹토의실이고 24시간 내내 북적북적한데 저나 우리 오빠들도 한 몫을 크게 했죠. 특히 저랑 친했던 오빠들은 제가 선 정리 한 것을 후 페이퍼 만드는 작업을 참 열심히 했답니다. -_-

커닝페이퍼가 만드는 과정에서 집중해서 들여다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만들 땐 좀 투덜거리기만 하고 별 말 안하다가도 시험장에 들어가면 "꺼내서 보면 교수님한테 이르겠음." 이러면서 협박하곤 했었죠.

오빠들의 커닝페이퍼를 만드는 과정은 날로 진화했는데요. 이 오빠들은 펜도 잘 안가지고 다니고 가지고 다녀도 굵은 볼펜인데 전 항상 하이테크 0.3mm를 사용했었거든요. 그 펜은 시험기간이면 빛을 발하더군요. 글씨를 작게 쓸 수 있으니까 말이죠.

아래가 제가 가지고 있던 사진 한 장입니다. ㅋㅋ


볼펜 크기 남짓한 길이에 깨알같이 적힌 글씨들. 커닝페이퍼의 대가 답습니다. 이 커닝페이퍼 잘 사용했던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날새워 열심히 만든 흔적입니다. ㅋㅋ 이것 말고도 OHP에 복사해 왔던 오빠도 있었고, 책상이랑 의자에 열심히 쓰던 오빠도 있었고, 기타 등등 유형은 정말 많았었어요. 커닝페이퍼는 좋지 않은 것이지만 지나고 보니 추억이네요. ^^;;

이랬던 오빠들이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애도 낳고 잘 살고있네요. ㅋㅋ 그런걸 보면 학교 1등이 사회 1등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사진 한 장이었습니다. ㅋㅋ
반응형
블로그 이미지

윤뽀

일상, 생활정보, 육아, 리뷰, 잡담이 가득한 개인 블로그. 윤뽀와 함께 놀아요. (방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