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 날은 회사 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신랑한테 투덜투덜 푸념을 늘어놓고 일이 많은 신랑을 일찍 퇴근시켰었습니다. 신랑한테 화풀이를 해 봤자 서로 감정만 상하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속이 터져버릴 것 같은 그런 날이었죠.

중간 지점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시댁에서 신랑 회사로 보내셨다는 감자박스를 들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두 사람이 먹기엔 박스가 커서 걱정이었어요. 작년에도 이맘 때 감자를 수확하셔서 보내주셨는데 소화할 수 없어 친정에도 보내고, 오래 보관 하려 했지만 맘처럼 되지 않았었거든요.

신랑이 조금만 보내달라고 말씀드렸다는데 박스는 그렇지 않아 꿀꿀한 기분에 어쩌지? 어쩌지? 하면서 개봉을 했습니다. 감자 말고도 직접 농사지으신 양파, 오이, 호박, 깨까지 꼼꼼하게 넣어 주셨더라고요. 마트 가면 비싸서 손이 잘 가지 않던 것들입니다. ㅠㅠ


쨘해진 마음에 내용물들을 정리하는데 흰 봉투가 위생비닐봉지에 묶여있는 것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이게 뭐지? 하고 풀어봤는데 그 안엔 5만원짜리 지폐 두 장과 편지 한 장이 있었습니다. 시어머님께서 며느리 생일이라고 편지와 용돈을 주신 것이었어요.


신랑은 좋겠다며, 자기 생일 땐 이제 전화도 안 온다며 부러워했는데 전 그냥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ㅠㅠ 시어머님께서 마음으로 나를 아껴주고 계신다는 것이 와 닿았거든요.

작년에 유산하고 그 후로 좋은 소식을 못 들려드려서 회사를 그만두고 살림 하면서 아이 가지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듣고 솔직히 야속한 마음도 있었는데 그래도 밥은 잘 챙겨먹고 다니는지, 늘 걱정해 주시고 사랑한다 말해주시니 저는 복받은 며느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신랑 출장이다, 우리 이사 할 집 알아보느라, 회사 야유회, 워크샵 뭔 일이 이렇게 많이 생기는지 간다, 간다 하면서도 시댁엘 못 간지가 좀 됐는데 얼른 일 마무리 하고 찾아가 뵈어야겠습니다.

시어머님, 시어머님, 우리 시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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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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