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부터 3월 현재까지 저에게 최고의 도파민은 단연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Jekyll&Hyde) - 20주년'입니다. 이번 시즌에 처음 봤어요. 왜 이제야 본 걸까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지금 이 순간' 부르면 바로 땡이라는 이야길 들을 정도로 존재를 알고 있었으면서 공연장에 가 볼 생각은 왜 못한 걸까요. 나 자신 정신 차려. ㅋㅋㅋ 짧은 후기와 에피소드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겠습니다.
. 넘버 소름 구간
파사드(Facade 1) 부르다 귀족들이 등장하고 정면 보고 있다 뒤돌아 손가락질 하면서 평민들을 보며 '위선자~' 부분 찌릿하는 느낌이 있어요. 맨날 살짝 사이드 자리였다가 진짜 내 생에 다신 없을 것 같은 너무 좋은 자리, 중 중블에서 본 적 있는데 그때 처음부터 막 눈물 나더라고요.
만인이 아는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 생각보다 빨리 나와요. 이 후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전개라서 놀랐습니다. 극을 보고 나면 결혼식 축가로 부르기엔 참 거시기하단 생각이 들 수 있겠습니다. 이때 실험실 등장, 엄청납니다 진짜. 기도하네(His Work and Nothing More) 4중창. 엠마 꾀꼬리와 어터슨 소리 뚫고 나올 때 짜릿합니다. 사실 가사를 다 알아듣진 못하는데(제가 막귀인가요? 아직도 누가 뭐라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화음이 죽여줘요.
얼라이브 1(Alive 1) 끝나고 다음이 없을 것처럼 나오는 박수가 너무 좋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치고 들어와서 잦아드는 박수소리. 네, 인터미션까지 아직 남았어요. ㅋㅋㅋ 댄저는(Dangerous Game) 내가 성인이라 다행이다 싶은 넘버였어요. 너무 야함. 내가 이걸 본다고? 무대와 내외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흐린 눈 할 순 없었어요. ㅋㅋ
뉴랍(A New Life)은 루시의 새 인생에 대한 기대에 눈물 날 것 같은 넘버인데 눈물이 터지진 않지만 볼수록 더 감정이입되더라고요. 지킬앤하이드가 오열극은 아니지만 이 부분에 꽂히면 답이 없을듯해요. 이렇게 보면 저는 1막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 백스테이지 투어
특정일 관람객을 대상으로 백스테이지 투어 신청을 받았어요. 그게 마침 제가 가진 표더라고요. 응모한 것이 당첨되어 블루스퀘어 신한카드 홀 백스테이지를 가 봤답니다. 그동안 굿즈(연달력 포스터, 필름마크, 아코디언엽서세트 등) 주는 기간에는 표가 없어서 서럽고 속상했는데 이걸로 퉁 친 느낌.
무대감독님과 상수, 하수, 무대 위를 투어 했는데요. 그게 지금 공연되고 있는, 내가 한 시간 뒤 앉아서 볼 공연의 백스테이라니. 감개무량했습니다. 있어야 할 곳에 이름표와 함께 정리되어 있었던 소품들이 인상 깊었는데 그중 제일은 선반 위 봉에 지킬 머리끈이 왕창 감겨 있었던 것이었네요. 머리를 묶었다 풀었다, 어디선가 계속 등장해야 하는 지킬의 머리끈.
아, 조명이 들어와 있어 그랬는지 무대 위 관객석이 너무 잘 보여서 놀랐어요. 전석 매진일 때 배우들 정말 뿌듯하겠다 싶었고, 박수 열심히 쳐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제작사들 사진에 너무 빡빡해요. 왜 그런 건지 아직 이해 못 함. ㅠㅠ
. 잘한다 잘한다
1인 2인격을 연기하는 무대 지분 높은 지킬&하이드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주조연들 모두 너무 잘해요. 지킬앤하이드 역을 맡은 홍광호, 김성철 배우 제외(제가 전동석 배우 고정이라...) 1차 캐스팅 모두 봤는데 조합을 생각하지 않고 봐도 다 만족되었습니다. 물론 그중에도 저만의 배우가 생기긴 하더라고요. 루시, 엠마, 어터슨, 댄버스경은 트리플, 더블이어서 배우 따라 느낌이 많이 달랐어요. 근데 저는 아직 많은 배우를 만나본 것이 아니라 페어 맞춰서 보기보단 고루고루 일정과 표 상황에 맞게 봅니다. ㅋㅋㅋ
. 엄마 박사님 만나러 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단편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원작으로 합니다. 그래서 공연 보는 날 달력에다 '박사님'이라고 적어놨는데요. 아들이 그걸 보고 박사님이 누구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농담으로 홍박사(아들로부터 알게 된 밈?)라고 했다가 웃참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아들이 "진짜야?"라고 하는 바람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주말에 일 있어서 나간다고 하면 박사님 만나러 가느냐고 먼저 묻기도 합니다. ㅋㅋㅋㅋ 응 DR. HENRY JEKYLL 만나러 가.
. 남편 영업 성공
지킬앤하이드가 20주년이나 됐는데 이 정도 극이면 한 번 봐야 하지 않겠냐고 꼬셔서 같이 관극 했었어요. 할인받을 수 있는 것이 신한카드 5% 밖에 없어서 두 명꺼 예매하려니 손 떨렸지만 ㅋㅋㅋ 끝내주는 걸 보여주고 내 취미를 인정받자는 맘으로 ㄱㄱ 했죠. 바로 대극장 뽕에 취해서 넘 재미있었습니다. 아웃사이더, 솔플러라 누군가와 후기를 나눌 일이 없었는데 뭐라도 입 밖으로 주절거려서 해소할 수 있는 상대가 생겨 기쁘기도 했어요.
남편이랑 보고 온 날 밤. 묶어뒀던 제 고무줄이 끊어지면서 날아가고 머리가 퐈~ 풀린 거예요. 그걸 1열 관극 한 남편이 저더러 하이드라고 해서 빵 터졌잖아요. ㅋㅋㅋ 같은 극을 보고 나면 이런 에피소드도 생기는구나, 근데 그게 보고 온 당일이야! 좋지 아니한가요?
. 전동석배우 생일 카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Jekyll&Hyde) - 20주년 기간 중 전동석배우 생일이 있었어요. 지킬앤하이드 최고, 재밌어! 이러면서 후기 쓰고 있지만 사실 전동석배우 아니었으면 아무리 쩐다 했어도 n차관람에 영업까진 아니죠. 생일카페가 블루스퀘어 내에 있어서 그날 표도 없었으면서 갔었습니다. ㅋㅋㅋㅋ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그동안의 필모 사진들도 보고 팬레터도 쓰고 특전이라는 걸 받았는데요. 이게 맘 맞는 팬들이 모여 만드는 것 같더라고요? 전동석배우 공식 팬카페는 없는 것 같았는데 보통 애정으론 못할... 팬심이 잔뜩 녹은 애정 어린 카페라 기간 동안 행복히 머물렀습니다.
. 굿즈 나눔?
생카 특전 이야기하니 굿즈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네요. ㅋㅋㅋ 뮤지컬 제작사에서 판매하는 공식 굿즈도 있지만 한 역에 여러 명이 캐스팅되다 보니 특정 배우만을 위한 굿즈는 많이 나올 수 없죠. 그래서인지 팬들이 자체제작하는 굿즈가 많더라고요. 주로 포토카드, 사진인화, 오리지널 티켓이라고 불리는 오티, 티켓 봉투나 티켓 꽂이, 스티커, 키링, 렌티큘러 같은 것들?
계속 쓰고 있지만 전 누굴 사귀는데 익숙지 않아서 뮤덕친이 없어요. ㅋㅋㅋㅋ 똥손이라 뭐 만들지도 못함. 그래서 그림의 떡처럼 보고 있을 때가 많은데 감사하게도 조건 없이 무료 나눔 해 주는 분들도 계셔요. 그럼 받을 때가 있어서 소소한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간식을 드릴 때도 있는데 준비해 놓고도 전달 못 할 때도 있고, 되돌아갔다가 다시 가서 드릴 때도 있고, 온라인으로 인사할 때도 있고 암튼 그렇습니다. 마음처럼 잘 안 되는. ㅠㅠ 소심한 덕질에 도움 주시는 팬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블루스퀘어 내 카페에서 미션음료 먹고 스탬프에 굿즈 받는 이벤트만 엄하게 하고 있는 1인. ㅠㅠ
. 선예매와 피켓팅
이번 공연 예매처는 인터파크, 티켓링크였는데요. 인터파크의 경우 토핑 가입자에 한해 1시간 일찍 선예매할 수 있었습니다. 공연비가 너무 비싼데 VIP라고 칠해놓은 자리 범위가 너무 넓어서 같은 값이면 최대한 좋은 자리에 앉고 싶었어요. 그래서 선예매부터 참전했는데 그럼에도 쉽진 않더라고요. 용병 도움도 받고 어찌어찌 보긴 했는데 눈만 높아져가네요. 눈이 나쁜데. 하 참. 내 자리 내놔. ㅠㅠ
. 연뮤덕에게 '표가 없다'란?
피케팅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석 매진은 아니었어요. 매진 됐다가도 취소표가 중간중간 나오고, 사이드 자리는 특히 잘 풀리더라고요. 처음엔 표가 없다, 표 구한다는 글을 보고 '아닌데? 있는데?'라고 의아했는데 좋은 자리의 표가 없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는 고속도로라고 불리며 7-8열 사이 통로가 있는데 그 안쪽 표가 있어야 하는 것 같슴다. 덕후 친구들이 생기면 서로 양도하고 용병하며 표를 구하는 것 같은데 저는 솔로플레이어라서 제 손가락과 논뮤덕 지인들에게 부탁하고 있고, 상황에 맞게 구해지는 표만 관람합니다. ㅠㅠ
. 한남동 관저와 공연
작년 12월 3일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죠. 한남동, 관저, 블루스퀘어를 연결시킬 생각을 못 했었는데 와, 블루스퀘어 앞뒤로 탄핵 찬성집회와 반대집회가 동시에 열리더라고요. 저는 광화문 출석만 해봐서 여기는 진짜 어버버 했어요. ㅠㅠ 블루스퀘어 가는 버스가 도로통제 때문에 가질 못해서 한남대교에서 한참을 서 있었을 땐 식은땀이 나더라고요. 결국 중도하차해서 걸어가는 길은 험난했습니다.
탄핵 반대집회를 뚫으며 갔더니 무섭기도 했고, 충돌이나 통제로 도착 못 하는 것 아닌가 염려도 됐어요. 집회 참여자들 워딩이 격했거든요. 구속 전이어서. 허허. 여차저차 도착했더니 블루스퀘어 안으로 피켓이나 태극기 들고 쉬러 온 사람들 있어서 혼잡에 멘붕에. 유리창 사이로 느껴지는 온도차가 생경했어요.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공연을 보고 나오면 모두 끝나있었으면 했는데...
. 캐스팅변경과 공연취소
전동석배우 건강상의 이유로 캐스팅이 변경되고 공연 자체가 취소되는 걸 봤어요. 속상하고 걱정되는데 전후사정이 알려지지 않아서 좀 답답했습니다. 그저 빠른 회복과 무사 복귀만을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가슴 졸이다 복귀 공연을 봤는데 날아다녀서 얼마나 안심을 했는지. 커튼콜 때 울컥하는 모습을 못 봤으면 아팠던 사람이었는지 몰랐을 거예요. 아프지 말자요 배우님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나름 후기와 에피소드들을 다 풀었습니다. 길게도 썼네요. 몇 달간의 이야기를 하나로 쓰려니 많고 정리가 안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써놓고 극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도 못했네요. 20주년 맞은 만큼 극의 내용과 배우의 해석은 너무 많이 있으니까요. 나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나한텐 제일 중요하지 뭐. 아, 몇 개 더 남겨놓긴 해야겠네요. 단어로. 다 쓰진 못하겠어요. ㅠㅠ 달고나냄새, 지킬의 3요소 천둥/번개/불, 쓰릴, 덕수, 자컨, 초대석, 보유석, 애배, 퇴근길.
저 뮤덕이라기보단 배우 따라 관극 하는데 전동석배우님 차기작은 언제, 무슨 작품일까요? 그게 무엇이 되든 제가 아직 못 본 작품이 100% 일거라서 기다리는 시간이 설렙니다. (본 것이 아주 최근의 드라큘라, 헤드윅, 프랑켄슈타인, 지킬앤하이드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른 소식이 전해지길. 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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