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적의 화장법>을 보고 왔습니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 1호선 종각역과 가까이 있는 CKL스테이지에서 짧은 기간 동안 올라왔어요. 경기러인데 버스 한 번에 갈 수 있어서 얼마나 좋았는지요. 평일 저녁 관극도 부담 없는 위치에서 일단 점수 주고 들어갑니다. ㅋㅋ
포스터가 너무 무서워서 아이에게 노출되지 않게 조심했는데요. 극장 내 분위기도 푸르고 어둡고 서늘한것이 압도되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주로 누가 죽는(...) 뮤지컬을 봐왔는데 그것과는 또 달랐어요. 애꿎은 손만 꽉 쥐며 끝까지 긴장하면서 봤습니다.
시놉시스는 이렇습니다. 비행기가 연착되어 대합실에서 책을 읽고 있던 제롬 앙귀스트에게 텍스토르 텍셀이라는 남자가 접근합니다. 귀찮게 말을 걸어 피하고 싶은데 이 남자는 끈질기게 따라붙죠. 계속되는 수다. 텍스토르 텍셀은 본인이 살인과 강간을 한 적 있다고 고백하는데요. 제롬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를 외치며 듣고 싶지 않아 하지만 계속되는 이야기에 반응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반전이 진짜 미쳤어요. 배우님들의 열연도 미쳤고요. 눈물 콧물 튀는데 어우. 대사 실수 살짝 있었음에도 양해되더라고요.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말이 안 통하는 텍셀 놈 때문에 속 터지는 줄 알았는데 뒤통수를 치잖아요. 짜릿했습니다. 제목보고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 봤거든요. '적'이 붉은 적인지, 적군 할 때 적인지. '화장법'은 뷰티의 의미인지 등등. 보고 나면 쪼금 알게 되더이다. ㅋㅋㅋ 티켓 받을 때 사탕을 하나 줘요. 극 다 보고 이 사탕 어떻게 먹냐고요. 모르고 먹었어야 하나 싶고 정말, 아직도 제 가방에 있습니다. ㅋㅋㅋ
이 연극은 아멜리 노통브의 원작이 있어요. 작가 이름은 기억못해도 <<살인자의 건강법>>이란 책은 알고 있었어요.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찾다가 비슷한 이름이라 눈이 갔었거든요. 제가 봉사하는 작은 도서관에 있어서 그 후로도 뜻하지 않게 눈 맞춤을 자주 하면서 재미있을까를 고민했었는데 이렇게 연결고리가 생기니 봐야겠습니다.
후기를 써도 제가 막공을 보고 온 터라 보라고 홍보를 못하네요. 책 한 번 읽어보고, 다음에 올라온 공연을 기다려봅시다. 요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보고 있는데 살짝 크로스 되는 부분 있어서 여러 배우님들이 <적의 화장법> 캐스트로 와 주는 걸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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