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작가 루쉰 하면 「아Q정전」을 떠올릴 것이에요. 학교에서 배웠으니까. 조금 더 관심 있다면 「광인일기」를 알 것 같아요. 세계문학전집 같은 것에서 본 것 같거든요. 사실 내용은 다 잊었어요. 그런데 제목이 워낙 특이해서 「아Q정전」은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어 박혀있는 그 상태에서 루쉰의 또 다른 작품을 원작으로 한 연극을 보게 되었습니다.
<축복>이라고 하는 작품이었어요. 루쉰을 작가이자 사상가, 혁명가라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이 작품만 봐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앞서 언급한 작품들을 더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면 더 이해가 빨랐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모르는 상태에서 봐도 인물소개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샹린댁을 향한 구시대적인 시선들, 마지막에 샹린댁이 관객에게 던지는 대사가 그러했습니다.
샹린댁은 농가집에 팔려옵니다. 하지만 남편이 사고로 죽고 말죠. 시어머니는 둘째 아들의 결혼 자금을 위해 샹린댁을 또 다른 이에게 팔고요. 원치 않은 두 번째 남편과의 삶. 아이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병사했고, 아이는 짐승에게 물어뜯겨 죽게 됩니다. 샹린댁은 이때 정신을 놓아버립니다. 사람들은 샹린댁을 보고 수군거립니다. 잘못한 건 누구인데요? 결국 샹린댁은 축복이라는 아이러니한 이름의 민간 신앙의 행사 날 비참하게 죽습니다. 무엇이 축복인지 모르겠어요.
샹린댁 맡은 배우가 너무 잘하셔서 소름돋았어요. 목소리가 귀에 쫙쫙 붙는다고 해야 하나? 다른 배우들이랑 음향이 달랐다니까요? 고음으로 내질러도, 저음으로 울분을 토해도 몰입되는 목소리였어요. 샹린댁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형인데 신선했습니다. 배우의 목소리와 만나 정말 살아 움직이는 샹린댁이었어요. 그러니 마지막에 왜 보고만 있었냐는 물음에 흠칫할 수밖에 없었어요. 내가 방관자가 된 것 같았거든요.
소극장을 꽉 채워준 배우들의 열연에 감사하며, 90분 꽉 채운 좋은 관람이었습니다. 이 연극을 제작한 [공연창작소 숨]에서는 루쉰 3부작 레퍼토리로 <아큐정전>, <광인일기>, <축복> 이렇게 공연을 올리고 있나봐요. 리플릿에 적혀있었는데 앞으로도 공연이 계속된다면 중국의 근현대사도 알 겸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상황이 우리와도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고, 제가 다른 작품 읽은 것도 기억이 안 나는 상태라 극으로 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 ㅋㅋ 아무튼 요즘 연극, 뮤지컬 관람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덥지만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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