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오두막 〃

ReView/BOOKs 2009. 3. 2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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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윌리엄 폴 영 (세계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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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오두막]은 가슴이 먹먹해지는 소설이었다.


거대한 슬픔

누구에게나 잊고 싶은 기억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분노, 좌절, 치욕, 절망, 무기력, 고통,  눈물, 아픔과 같은 형태로 말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세상에 이런 일은 나만 겪는 것 같은 좌절감. 왜 하필 그것이 나인지 누군가를 끝없이 원망하고, 나 자신조차 미워했었다. 왜 그땐 자신 있게 나서지 못했을까 용감하질 못했을까 하는 후회와 그 기억이 나를 괴롭혔다. 맥 역시도 그러했으리라 생각된다. 유년시절의 끔찍한 기억에서 겨우 도망쳐 평화로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덮친 거대한 슬픔. 맥에겐 행복해질 기회가 없단 뜻일까. 맥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신은 과연 있는 것일까. 신이 있다면 맥은 버림받은 건가. 맥을 이해한다. 그의 손가락 끝 마디마디까지 스며든 그 기분을 이해한다. 황량했으리라. 거대한 슬픔에 짓눌려 일어서는 것이 힘들었으리라.


사랑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두막]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사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그중에서도 특별히 당신을 좋아해요. 당신을 믿어요. 그 말 한마디 한마디에 뻗어져 나오는 따스함이 책을 읽는 내내 내 어깨를 감싸주었다.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째 멋지게 일어날 나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위로의 말을 해주고, 용기의 말을 해준 사람. 사랑의 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 맥은 수십 번도 더 의문을 품었었다. 수많은 사람이 찬양하는 그분은, 성스러운 그분은 맥이 넘어졌을 때 손을 잡아 일으켜 주지 않았고 그것도 부족했던지 미시를 빼앗아갔다. 케이트는 어찌하고 있는가. 입을 다물지 않았던가. 과연 그것이 그분의 사랑일까? 아니라고 생각해도 불쑥 불쑥 찾아드는 의구심이 맥을 괴롭혔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눈물겹다. 안다. 이미 받아버린 상처에 누군가 들어오려 해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외면해 버릴 때도 있고, 반감이 들기도 한다는 것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내 가슴에 노크를 하는 그 누군가의 힘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용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용서 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이 받아지지 않는다면 말로 괜찮다. 나는 너를 용서한다. 할지라도 아닌 것이다. 그것도 거대한 슬픔의 진원지인 오두막에서. 떠올리기도 싫은 비극이 일어난 그곳에서 용서를 비는 사람도 없는데 마음으로 용서를 해 준다는 것은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가끔 뉴스에서 이해할 수 없는 뉴스를 접하곤 한다.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바르지 못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지탄받는 상대에게도 사랑을 이야기하는, 그 사람의 안녕을 말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왜? 라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던 기사였다. [오두막]을 보고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맥은 용서한다. 그리고 그 자신의 상처도 치유한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마음, 화해, 자유. 그것에 충분했으리라.


나는 종교인이 아니다. 때문에 책 속에 등장하는 그분의 존재는 내게 달가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보지 않아도 훤한 이야기겠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편견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분은 내가 교회에 다니지 않아도, 두꺼운 성경책을 읽지 않아도 나를 보듬어주셨다. 윌리엄 폴 영이라는 멋진 작가와 맥을 보내주심으로서. 누가 볼까 누가 들을까 혼자서 숨기고 담았던 가슴 속 깊은 곳의 오두막에 신비로운 변화가 생겼음을 느낀다. 책을 읽었을 때 보다 서평을 쓰면서 더 울컥했다. 쓰러져가던 오두막에 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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