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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한 사람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나머지 그 사람과 똑같은 습관을 가진 사람, 그 사람이 했던 말을 툭툭 내뱉는 사람이 동성인지 이성인지 따윈 아무 관심없이 오로지 사람을 사랑한 한 남자...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에 인우입니다.


동명의 영화가 이미 있기 때문에 '어? 설마 그 번지점프를 하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있으시죠? 네! 맞습니다! 이병헌과 故 이은주가 출연했던 그 번지점프를 하다 맞습니다. 2000년도에 개봉하여 22회 청룡영화상 각본상, 신인감독상 수상, 38회 대종상영화제 시나리오상, 신인기술상을 수상했던 작품입니다.

지난 토요일 한강진역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뮤지컬로 재탄생한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고 왔습니다. 토요일 공연은 3시, 7시 이렇게 두 타임인데 저는 3시!


제목은 익히 들어 알고있었지만 영화를 봤었는지 안봤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했었습니다. 근데 번지점프를 하다만 떠올리면 사랑이라는 아릿한 감정이 따라왔던지라 이 뮤지컬도 기대가 되더군요.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은 이 날 처음으로 가 봤어요. 이제까지 공연은 대학로 인근이나 예술의 전당, 경기도 문화의 전당, 올림픽공원 등지에서 봤었는데 용산 인근까지 급 행차했습니다. :D 삼성 냄새가 물씬 나는 이 곳은 (홀 이름이 삼성카드홀, 삼성전자홀 ^^;;;;) 찌는듯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고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이었습니다.


요즘은 화환 대신에 쌀을 받아서 기증한다고 하죠? 번지점프를 하다 팀에도 쌀포대가 쌓여만 갑니다. 공연에 대한 사정정보가 없던 저는 이 쌀을 받은 배우가 누군지 모를 뿐이었고요. ( ..)a


공연장은 지하 2층이었는데 로비층에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버스정류장과 공중전화부스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인증샷을 찍었는데 그래서 저랑 신랑도 한 컷씩 찍었죠.


공연장 쪽으로 내려가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 오늘의 캐스트 똬!

순정남 인우, 17년 전 짧은 사랑의 여주인공 태희, 태희를 쏙 닮은 현빈은 더블 캐스팅이었는데 제가 갔던 날의 캐스트는 강필석, 최유하, 윤소호였습니다. 다들 훈남 훈녀였지만 현빈 역할의 윤소호. 참 잘생겼더라는. 함박웃음. :D


공연 이야기를 좀 해 볼까요? 영화를 보셨던 분들은 다 아는 내용이실테고 영화도, 뮤지컬도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완전한 스포일러가 되니 조심해 주세요. 영상 보시고 사진 다음으로 패스하셔도 된다는 말씀. ㅎㅎ


17년 전. 사실 우산이 있으면서 없는 척 우산 좀 같이 쓰자며 불쑥 뛰어든 태희를 보고 첫눈에 뿅~ 해버린 인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둘은 마음을 확인하게 되고 사랑하게 됩니다. 예쁜 캠퍼스 커플. 그런데 남자 대학생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그것. 입영통지서. 어느 연인이 그렇듯 그들은 절절히 이별하게 되는데요. 입영열차를 기다리는 인우에게 늦어도 꼭 간다고 했던 태희는 그날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태희와 인우는 그렇게 영영 이별하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인우는 결혼도 하고 어느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되어 보통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평온했던 인우의 인생에 현빈이라는 아이가 급격하게 개입을 하게 되는데요. 태희와 같은 새끼손가락을 펴고 있는 습관이 있는 현빈, 태희가 궁금했던 것을 똑같이 궁금해하는 현빈, 태희가 가지고 있던 라이터를 가지고 있던 현빈에게 온갖 신경이 쓰이게 되는거죠. 태희가 세상을 떠난 지난 17년. 지금 현빈의 나이 17세. 강제적으로 영원한 이별을 맞았던 인우는 현빈을 태희의 환생이라 여기고 그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따지지도 않고 오로지 그 사람 자체로서의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한편 현빈은 동급생인 혜주와 이러쿵 저러쿵 커플이었는데 인우의 관심을 느끼게 되고 본인도 본능적으로 인우에게 이끌리게 되는데요. 그 사이에 괴로워 하지만 인우의 진심에 동화되고 맙니다. 끝은 모릅니다. 다만 인우를 거부하지 않는데요.


믿거나 말거나 풍문에 의하면 상당수의 사람이 중성애자라고 해요. 자라면서 환경의 영향을 받아 동성애자로 갈 수도 있다는거죠. 저는 아이돌 팬클럽, 팬픽에 익숙한 세대라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던 상황에 인우가 너무 이해가 되는거에요. 사랑했을 뿐이다. 그 사람의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ㅠㅠ


현재 네이버 웹툰에 용감한 웹툰이 연재중입니다. '모두에게 완자가[링크]'라는 제목의 웹툰인데 동성애라는 것에서 '번지점프를 하다'와 공통점이 있습니다. 웹툰의 주인공은 여자고요. 현실에 기반한 웹툰이라는 것이 우리 주변에 동성애가 그리 희귀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웹툰 댓글란은 동성애자에 대한 온갖 이야기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해요. ;;;;)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우와 현빈의 사랑이 허왕된 이야기는 아닐 것 같기도 하고요. 영화, 뮤지컬, 웹툰에서는 훈남 훈녀, 캐릭터화 된 부분 때문에 다소 미화될 수 있다는 부분은 감안해야 겠지만 그들의 사랑도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달라는데 그걸 꼭 반대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리뷰를 쓰다보니 제가 뮤지컬에 빠지긴 빠졌었나 봐요. ㅋㅋㅋㅋㅋㅋ 자꾸 옹호하게 되고 대변을 하게되네요. ㅋㅋㅋㅋㅋ

뮤지컬은 신랑이랑 같이 봤었는데요. 신랑도 동성애코드에 대해서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네요. 신랑의 기억속에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는 동성애코드로 인해 욕도 많이 먹었지만 그들만의 매니아 층이 형성이 되어 카페도 만들어지고 봤던영화 또보기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같은 내용을 가진 이 뮤지컬도 그런 매니아 층이 형성되지 않을까 하고 짐작해 봅니다.

전 인우가 "누구니 넌!" 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장면에서 완전 몰입했거든요. 그 노래 멜로디도 너무 슬펐고. 비슷한 감정 느끼신 분 있을꺼에요. 분명. 아래 넌 누구니 음원 들어보세요. 그냥 슬픔. 무조건 슬픔. ㅠㅠ


저는 공연을 봐도 분석해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풀어낼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단순하게 재미있다. 재미없다. 괜찮았다. 별로였다. 이 정도가 한계치인데요. ^^;;; '번지점프를 하다'는 동성애에 대한 특별한 거부감이 없다면 누구나 감정에 빠질 수 있는 뮤지컬이에요.


원작인 영화가 개봉한지 벌써 10년이 넘었잖아요? 그래서 내용을 모르는 분들도 많은 거라 생각해요. 젊은 친구들이라면 모를 확률이 더 많겠죠. 그렇다면! 영화를 찾기 전에 뮤지컬을 먼저 찾아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음악. 그리고 눈 앞에서 벌어지는 애절하고 순수한 사랑에 푹 빠지실겁니다.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좌석배치도 더보기로 접어놓습니다. 필요하신 분은 클릭해서 보셔요! 블루스퀘어 위치는 아래 다음뷰 지도로 첨부합니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홈페이지 주소 링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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