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엄마 생신이라서 대구 집에 다녀왔습니다.
토요일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말괄량이 길들이기]라는 셰익스피어 원작의 연극을 엄마와 함께 관람 하고 일요일에는 김장하는 날이라고해서 외숙모집에 있다가 복귀했는데요.

저는 이 날 김장하는걸 처음으로 봤어요. +_+

유례없었던 김치파동으로 양구 농협 절임배추를 소개하는 포스팅을 작성하긴 했지만, 여전히 김장은 제게 멀게만 느껴졌었거든요.


외숙모집에 도착했을 때에는 배추는 이미 절여져 있었고, 양념장도 만들어져 있었던 상태라(이게 중요한데!!) 배추 버무리는 것 밖에 못봤습니다만 그래도 의미있는 시간이었어요.

가족이 모여 함께 김장을 하는 분위기는 참 훈훈하더라구요.
근처에 살지만 일이 있어서 도우러 오지 못한 이모와 작은외숙모집 까지 해서 기본 다섯집에 큰할머니, 또 멀리 떨어져 산다고 해서 저까지 한몫 거들고 나섰더니 대량생산을 해야했죠. 그러니 김치를 담을 수 있는 통이란 통은 다 나와있고 쌓여있는 절인 배추가 들어있는 통도 산만한것이 언제 끝나려나 싶더라구요.
이건 누구네, 이건 누구네 하면서 누구네는 양념 많은거 좋아하더라, 누구네는 굴 넣은거 주고... 대장 할머니를 선두로 자식들, 손녀들 다 함께 맛있는 김치를 먹기 위해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는 모습이 어쩐지 찡했습니다.

할머니는 옛날 사람이라서 고무장갑 끼고는 못하겠다며 손이 간질간질 하실텐데도 맨손으로 버무리는 모습이 장인이셨다는... ^^ 그러면서 아삭아삭하게 잘 졀여진 배추는 손으로 톡톡 떼어내서 굴까지 넣어 제 입에 넣어주시는데(손녀 손 버린다고 그냥 바로 입으로 슝) 잉, 맛있었어요. 할머니 손맛이 더해져서 그렇겠죠?


배추는 시골에서 농사지은거 외숙모의 친정에서 직접 절여서 보내주신 것이고 미원이랑 설탕 이런거 하나도 안넣었다며, 배 갈아서 넣고 다 천연재료 써서 할머니가 간을 하셨고, 엄마가 이렇고 저렇고 설명 해 주셨는데 여하간 죽여주게 좋은 김치라는거!!! 저 포기포기 싸가지고 들고 올라왔잖아요. 당분간은 다른 반찬 없어도 밥 잘 먹을 것 같습니다. ^^

김장하는 것을 처음 봤는데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사먹고 말지 하는 마음이 막 들더라구요. 이게 다 손이 가는 일이고 정성 없이는 맛이 나지 않는 것이라서 말입니다.
할머니께서 지금 다리도 불편하고, 백내장도 있고 해서 수술도 기다리고 계신데 오래오래 건강하게 훈훈 김장, 맛있는 김장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외숙모, 엄마랑 같이 한 김장이긴 하지만 할머니 안계시면 지금의 맛이 나올 수 없을테니깐요. 지금과 같은 찡함은 덜할 것 같아서요. ^^;;

할머니 건강하세요. 잘먹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올해는 못했지만 다음 해에는 저도 한손 거들면서 몫을 하도록 해야겠어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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