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10점
박민규 지음/예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왜때문인지 아주 오래 전 이름을 들어봤던 소설이었다. 어떤 내용인진 짐작도 안 해봤고 관심도 없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한국 작가의 한국적인 소설이었다. 몇 쇄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꽤 많이 찍어냈고 도서관에서 최신판을 들여서 읽을 수 있었다. (웹 검색으로 몇 쇄를 찍었는지 알 방법이 없는 것이 의외였다. 도서 판매 사이트에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스포일링이 될 수 있음을 밝히고 시작한다. 약 10년 전에 나온 책이고 유명해서 스포일러가 스포일진 모르겠다만. 이 책은 마지막 반전이 다 했다. 마지막에 Writer's cut을 읽기 전까진 고만고만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다.


책의 끝, 연보라색으로 된 부분이 라이터스 컷(Writer's cut)인데 여기서부터 급격한 변화가 시작되는게 아니라 이미 중반부 어딘가에서 변해버렸단 사실이, 아니 처음부터 이건 그가 아니었겠다 싶어서 벙찐다. 라이터스 컷 보면서 내가 지금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80년대 분위기가 아련한 느낌을 준다. 약속 시간과 장소가 뒤틀려도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우리만의 그 장소에 가면 널 볼 수 있단 포근함이 참 좋았다. 집 전화와 손 편지가 너무 애틋했고.

큰 틀은 미남이 추녀에게 반하는 스토리다. 안경 하나 벗고 긁은 복권이 되는 게 아니라 추녀는 여전한 추녀이고 그들의 사랑이 닿을 듯 닿지 않아 애간장이 녹는다. 그 와중에 못생긴 여자를 보는 한국적인 시선이 참 불편했다. 그와 엄마가 아빠에게 버림받은 이유도 결국 내세울 수 없는 엄마의 못남 아닌가. 외모지상주의는 한국에서 뿌리 뽑을 수 없는 현상이겠지만 어딘가에선 내면을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그건 아니라 외치고 있겠지.

밝은 내용이 아니라서, 특히 반전까지 더해져 우울하고 축축 늘어진다만 소설 하나 제대로 읽었단 느낌을 준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소설의 힘이란 이런 것일까?

1. 라스 메니나스(Las Meninas)
2. 무비 스타
3. 내가 처음 당신의 얼굴을 보았을 때
4. 켄터키 치킨
5. 루씨,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
6. 겨울, 나무에 걸린 오렌지 해
7. 딸기밭이여, 영원하리
8. 달의 편지
9. 바람만이 아는 대답
10. 어떤 해후(邂逅)
11. 해피엔딩* Writer's cut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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