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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마루 가쿠의 [우죄(友罪)]를 읽었다. 500쪽이 넘는 제법 두꺼운 소설이었는데 초반 인물 관계만 이해하면 새 인물이 뒤늦게 등장해 흐름을 잡는 일이 없기 때문에 스피드가 붙어 빨리 읽을 수 있다.

제일 밑에 있는 [우죄]

초반엔 마스다 준이치가 수상쩍게 등장해서 뭐가 있나 궁금했는데 사고 친 인물은 스즈키 히데토 되시겠다. 14년 전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인물. 당시 미성년이란 이유로 의료소년원을 거쳐 사회에 복귀한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스즈키 히데토'를 보면서 나카야마 시치리 세계관의 '미코시바 레이지'가 떠올랐다. 비슷했다. 어릴 때 일본을 뒤흔들만한 살인 사건을 저지르고, 경찰에 범행성명서를 보내고, 미성년에 의료소년원을 거친 후 거기서 어머니 혹은 아버지라 부를만한 사람을 만남. 출소 후엔 다른 이름으로 사는 것까지. (우리나라는 범죄 사실이 있으면 개명이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 일본은 범죄자만 이름을 바꾸나보다.) 다른 점은 소년원 이 후의 삶이랄까.

잘 풀리면 미코시바 레이지가 되는 거고, 뭔가 꼬이면 스즈키 히데토처럼 되는거고? 근데 잘 안 풀리는게 맞지 않을까? 마스다 준이치가 저널리스트로서 과거 범죄를 일으킨 사람, 그 후의 인생을 밝히는 것과 과거를 모르고 친구로서 만나 교류한 감정 사이에서 선택한 행동은 소설이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알고는 못 만날 것 같다. 사건의 발단을 생각해보면 커버가 안 쳐지는데?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특정된 그 사람 어떻게 됐나? 결국 다른 사고치고 무기징역 살고 있잖아.

친구의 범죄를 알고도 친구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지의 문제는 이 책의 메인이라 많이들 이야기할 것 같다. 나는 이 시점에서 다른 이야기도 좀 하고 싶은데 소년법! (포스트 발행은 언제 할 지 모르겠지만) 어제 중학생 여러 명이 초등학생 한 명을 집단 폭행했단 기사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사람이 눈앞에서 피가 나고 붓고 아파하는데 손이 나갈까. 그들도 미성년이라 언제고 사회 복귀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갈걸 생각하면 두렵다. 내가 어디 끌려가서 딱 한 대 맞는다고만 생각해도 무섭다. 이런 이야기는 소설로 읽고, 그걸로 끝내고 싶다. 현실에선 괴롭다. 너무너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감도 안 온다. 에휴.


+) [우죄]는 1997년 '사카키바라 사건(고베 연속 아동 살인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 온 소설로 보인다.

+) 초판 1쇄라 그런지 p.365에 스도가 마스다에게로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마스다가 마스다의 손을 가리켰다고 나오는 오류가 있다. p.395엔 사쿠라이 마나부를 사쿠라이 마코토라고 써 놨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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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죄 - 10점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은모 옮김/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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