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이가 가르쳐 준 것 - 10점
허은미 글, 노준구 그림/양철북

우리는 남의 일에 관심이 참 많다. 관심이 많은 것은 나쁘다 할 수 없는데 표현을 하느냐 마느냐, 하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쁘게 되기도 한다. 나는 궁금해도 직접적으로 물어보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 때문에 자체적으로 오지랖은 적당히 모드인데 그러다보니 남의 오지랖에 스트레스 받을 때가 있다. 오지랖은 적당히 하자. 제발 적당히 하자. 이게 [찬이가 가르쳐 준 것]이라는 책의 첫 장을 펼치자마자 든 생각이다.


"얘가 정말 네 동생이야?"
"목이 왜 저래?"
"몇 살인데?"
"학교에 안 다녀?"
"왜? 왜 안다니는데?"

불쾌한 시선까지 더해져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찬이는 뇌병변 장애인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입에서 나오는 말은 "으으으" 같은 것이 다인. 그러다보니 엄마는 찬이 곁에 항상 있다. 찬이와 씨름하는 것만으로도 바쁘고 짧은 하루인데 주변사람들은 말을 너무 쉽게 한다. 엄마가 무슨 낙으로 사느냐고 엄마의 마음까지 재단한다. 엄마에겐 찬이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비교하지 않고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었지만 현실과 오버랩되어 기분이 좋진 않았다.


책을 오복이가 보이는 자리에 놨더니 어느 틈에 발견해 읽어달라고 가지고 왔다. 나 혼자 읽을 때와 다른 기분. 문체가 워낙 담담해서 소리내서 읽었더니 울컥하고 뭐가 툭 올라왔다. 내가, 책을 읽으며 봤던 것들을 내 자식은 편견없는 눈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욕심일까. 그런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엘리베이터 타는 것을 좋아하는 오복이는 찬이 누나가 엘리베이터를 잡고 찬이 엄마가 휠체어를 밀고 엘리베이터에 타는 장면을 보고 마냥 좋아했다. 나는 유모차를 가지고 엘리베이터를 탔던 기억 - 저 유모차 때문에 내가 못 타잖아, 유모차가 내리기 위해 다른 사람들도 함께 내려야 했던 - 이 생각나 씁쓸했다. 내 유모차와 마음이 찬이의 휠체어와 찬이 엄마 마음에 비할바가 안 되지만.)

찬이가 가르쳐 준 것허은미(Heo En-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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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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