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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혈관모세포종으로 의심되는 뇌종양 제거를 위한 개두술을 하는 날 입니다. 수술은 오후 2시에 예정되어 있었는데 엇비슷한 시간에 준비해서 들어갔어요. 신랑이랑 친정엄마가 수술해서 나올 때까지 초조하게 기다려줬습니다.


수술실로 담담하게 들어갔는데 대기하면서 먼저 들어가는 환자들 보니 평정심 유지가 안 되더라고요. 특히 인큐베이터에 신생아가 무슨 이유로 수술실에 왔는지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뒤쪽으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면 신랑이랑 친정엄마가 보이고 나갈 순 없고 괴로운 시간이었네요. ㅠㅠ


대기타다 마취에 대한 이야기(이전에 마취하고 잘 깼었냐 등) 하고 연락할 수 있는 보호자 전화번호 알려주고 수술실로 입장했습니다. 마취는 호흡하자마자 들었는지 기억에 없고요. 깼을 땐 모든 상황 끝. 호흡이 힘들었는지 산소마스크를 끼워줬고 신랑이 팔을 잡은 느낌이 있었고 다음은 중환자실로 이동한 것 같아요.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진 모르겠어요. 중환자실의 기억은 공기 패드가 꿀렁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사람이 조정하는 것 처럼 느껴졌는데 정신이 좀 들고보니 자동으로 공기가 들어오면서 올라왔다 내려왔다 하더라고요. 욕창 방지용으로 추정됩니다. 하루만에 욕창이 생기진 않을 것 같았지만요.


혈압을 자동으로 측정하고, 산소포화도(?)인지 맥박인지 손가락에 꼽고 기기로 모니터링 하는건 물론이고 꽤 촘촘하게 사람이 시간마다 상태 체크를 하더라고요. 여기가 어디냐부터 잘 보이는지, 감각 이상 등 묻고 이거 해봐요, 저거 해봐요 시키고.


앞의 환자는 언어 구현이 힘들어보였고 옆의 환자도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어딘가 문제가 있어서 같이 불안했어요. 수술 전 병실에 있을 때 수술 후 환자들이 많았는데 날짜나 상황을 기억 못하고, 통증으로 힘들어하는걸 봤거든요. 현재 내가 수술 후 중환자실에 있고 정신이 또렷하지 않은데 앞에 옆에 환자의 불안정한 소리가 들리고 내게도 어떤 문제가 있을지 절로 걱정이 됐죠.


근데 전 다른 것 보다 수술 부위가 뒤통수를 열고 들어가서 그 부분을 고정하고 있는 뭔가가 엄청 배겨서 괴로웠어요. 엎어져있거나 머리를 들고 있고 싶은데 똑바로 머리 붙이고 누워 있어야 한다더라고요. 얼마나 아프던지. ㄷㄷㄷㄷ 누운 상태서 고개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했는데 내내 결려서 혼났네요.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머리에 피주머니(배액관)를 달고 있었는데 이것도 시간 맞춰 비워줬었던 것 같아요. 그와중에 이거 사진 찍어야 하는데 이런 생각 했었던 것 같아요. ㅋㅋㅋ


중환자실에 만 하루 있었는데요. 담당 선생님이 3번은 바꼈어요. 새벽에 계셨던 남자 선생님이 진짜 친절하고 섬세하게 봐주셨어요. 다른 환자에게 말하는 것만 들어도 차분해지고 진짜 환자를 잘 보살펴주는구나, 진심이구나 느껴졌어요. 거의 눈감고 있거나 자고있어서 얼굴은 모르겠으나 흐릿한 이미지론 강동원 뺨치는 느낌. 사투리 쓰는 강동원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5월 13일 아침이 되고 면회시간이 되어 친정엄마가 들어왔어요. 그때부터 금식이 풀려 물을 마실 수 있었습니다. 일반병동으로 이동하면 되는데 다인실 자리가 없어 2인실로 가게 됐지만 빠른 진행에 잘 됐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수님 회진오셔서 눈에 보이는 건 다 제거했다고 수술 잘 됐다고 하셨어요.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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