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델라이언 - 10점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작가정신

[데드맨], [드래곤플라이]에 이은 가부라기 형사팀 시리즈 세번째이자 마지막인 [단델라이언]을 읽었다. 요즘 추리소설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데 장르가 장르인지라 오복이 앞에 내놓기 어쩐지 민망한 것들이 많았다. 복수, 흉기, 어둠, 용의자, 자살, 살인, 죽음 이런 단어들이 책 표지에서부터 음침하게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글을 막 읽기 시작해 호기심이 넘치는 아이 앞에서 읽긴 뭣한 것들. 그래서 이 책이 [단델라이언]이라는 알 수 없는 제목이어서 좋았다. 단순하게도. 단델라이언이 민들레를 뜻한다는 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


내용은 일란성 쌍둥이인 히나타 에미와 히나타 유메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에미가 대학 입학 후 민들레 모임이라는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데... 16년 후 에미는 기이한(하지만 본인이 동경하는 하늘을 나는 여인의) 모양의 시체로 발견되고 여기에 가부라기 형사팀 막내 히메노 히로미까지 엮여들어가 복잡해지는 이야기다.

사건의 피해자가 담당 형사와 아는 사이라는 것이 다소 억지스러웠지만 덕분에 전작에서 궁금했던 히메노 히로미의 과거를 알 수 있었다. 가부라기 데쓰오가 히메노 히로미 아버지 피살 사건에 대해 진상을 밝히겠다고 한 장면에서 다음 시리즈도 나오겠구나 기대했는데 이 책의 후반부에 다 풀려버려서 어쩐지 맥이 빠졌다. 완결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겠지?

그건 그렇고 히나타 에미는 왜 죽은 걸까? 누가 죽인 걸까? 병약해서 초, 중, 고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 에미가 대학에 가게 되고 아르바이트에 동아리 활동까지 한다? 친 엄마인데 에미와 유메 목소리 구분이 어렵다? 이 시점에서 에미와 유메가 바뀔 가능성을 의심했었다. 가부라기 형사팀이 히나타 유메를 만날 때 떡밥이 풀리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반전은 자매의 엄마에게 있었다는 점. 쌍태아 수혈 증후군. 누가 내 귓가에 '힝 속았지'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반전과 여러 상황이 겹쳐 슬픈 결말이었다.

[단델라이언]에선 여러 사회 문제를 다룬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A는 A라고 곧잘 믿는 사람이다. 프레임을 씌워놓음 에미처럼 잘 갇히는 타입. 민들레 모임의 활동 취지에 너무 공감했는데 사실 사회단체의 부속 중 하나였다고 생각하니 대학 다닐 때 동아리활동을 안 한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뭣도 모르고 어디론가 휩쓸렸을 걸 생각하면 무서웠다.

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 같은 제목으로 동식물의 변형된 모습을 가끔 보는데 그것도 사실 출처가 불분명한, [단델라이언]에서 나오는 민들레 사진의 진실처럼 단순 유전자 변형일 수도 있는데 자극적인 모습에 혹하진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후쿠시마 인근으로 갈 생각은 없다.)

가부라기 형사팀 시리즈물은 세 사건이 독립적이고 신선한 소재라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네 형사들의 끈끈함을 이제 못 본다니 아쉽기도. 가와이 간지의 다른 작품에는 [데블 인 헤븐]과 [구제의 게임]이 있는데 여기선 누굴 만날지 기대가 된다.

2018/08/18 - [책] 가와이 간지 장편소설 데드맨&드래곤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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