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하루 만에 다 읽었다. 460쪽이라는 페이지 수가 무색하다. 술술 읽힌다. [플래티나 데이터]라는 이름으로 2010년에 나온 작품인데(영화도 있다고) 작년 10월에 [미등록자]로 개정판이 나왔고 나는 그걸로 봤다. 아래 내용엔 스포가 있다.


머리카락 한 올이나 침에서 얻은 DNA정보로 성별, 연령, 혈액형, 신장, 체질, 손 크기, 발 크기, 목소리, 모질, 눈 색깔, 선천적 질병 등을 특정지을 수 있고 심지어는 그걸 바탕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이 만든 몽타주가 실제 사람과 존똑! 이 사실은 타당하면서도 한편으론 소름돋았다. 국가에서 DNA정보를 관리하고 이를 범죄 수사에 활용한다는 설정이다.


내 주민등록번호가 내 것이 아니게 된 세상이지만 DNA 정보까지 국가에 등록해야한다니. 기가막힌다. 특수한 상황에만 활용한다고 하지만 맘만 먹으면 이 정보로 나 혹은 친족의 범죄 사실을 알 수 있고, 숨겨져있는 혈연을 만날 수도 있다. 범죄 검거율은 올라가겠지만 만에하나 데이터에 오류가 생기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합리적 의심이다.

[미등록자]는 여기서 살짝 비튼다. 모든 국민의 DNA 등록을 투명하게 관리하지 않는다. 갑질이지. 잘나신 권력자, 재력자들의 DNA 정보는 데이터베이스를 돌려도 NOT FOUND. NF정보가 되고 이런 사실은 일개 형사 나부랭이나 시민들은 알 길이 없다. NF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이런 저런 증거가 남아도 인물을 특정하기가 어려워지지. 적당한 대타 범인을 만들면 그만인거다. 이런 세상이 오면 안 되겠지. 근데 현실은 늘 소설을 능가하지 않는가? 그걸 생각하면 씁쓸하다.

가구라 류헤이는 DNA 분석 시스템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분석원이다. 헌데 그 시스템이 다테시나 남매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본인을 찍는 바람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다중 인격 때문에 불리한 상황) 구식 방법을 선호하는 아사마 레이지 형사와의 공조로 함정에선 벗어난다. 입 다무는 조건으로 그 둘은 잘 풀렸다만 시스템과 뒷배경은 건재하게 끝나버린다. 결론이 살짝 맥빠진다.

윗분들이 얽혀있어서 그들만 아는 사건으로 마무리 되어버리는 것이 참 현실적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실제 위에서 샤샥 해버리는 사건들이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하면 나는 우물안의 개구리, 눈앞에 보이는게 다인 것처럼 살고 있단 생각이 든다.

암튼. [미등록자]는 재미있고 금방 볼 수 있는 책. 잔인한 장면 없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다. 심심풀이용으로 딱 좋다.



미등록자 - 10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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