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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법안, 가결 -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왼쪽주머니 |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 개편이니, 출산 장려 정책이니 말이 많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도 이 문제가 심각한 것 같고 그게 [70세 사망법안, 가결]이라는 책에 잘 녹아들었다.
'70세 사망법안'이란 70세가 되면 누구나 30일 이내 죽어야 한다는 법이다. 안락사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고. 70세 노인이 죽으면 건강보험, 의료보험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 국가 재정은 그만큼 탄탄해진다. 살기 위해서 죽어야 하는 법이다. 소설이니 가능했겠지만 쨌든 이런 법안이 통과되어 시행을 기다리고 있다.
여러 시점이 나온다. 지금 84세. 2년 후 법안이 시행되면 곧 죽어야 할 노인은 어차피 죽을건데 뭘 하냐며 체념하고 70세를 십여년 앞두고 있는 정년퇴직 전 직장인은 회사를 때려치운다. 내 몸도 예전같지 않은데 70 넘은 자리보전하고 있는 시어머니를 모시는 며느리는 2년만 더 참으면 지옥같은 시간이 끝난다. 병 수발을 들 필요가 없는 5060세대는 남은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2030세대들은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윗 세대가 빠져주면 일자리가 생길테니 70세 사망법안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손녀까지 동원되어야 하는 병 수발 싫다고 집을 나왔는데 일할 곳이 없다. 노령화로 노인을 돌보는 직종은 비정규직에 3D지만 자리가 있다.
재미있는 건 이 시점들이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모든 사람들의 행동이 이해된다만 역시 가장 이입이 되는 인물은 며느리(다카라다 도요코)다. 시금치의 시자만 들어도 치가 떨리는데 시어머니가 낯선 사람 오는 것이 싫다며 기저귀갈고 몸 닦는 것 까지 며느리를 시켜댄다. 기차화통 삶아먹는 목소리로. 밤에는 벨을 눌러가며. 그렇게 낯선 이가 싫으면 자기 아들, 딸도 있는데 왜 하필 며느리가?
그리고 그 아들. 그러니까 남편(다카라다 시즈오)도 기가 막힌다. 정년퇴직을 2년 앞두고 직장을 관둔다. 70세 사망법안 때문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이제 시어머니 수발 같이 드나 했더니 세계여행을 가시겠단다. 아내랑? 아니. 지 친구랑. 그간 일하느라 고생한 건 알겠지만 그만큼 집안일은 1도 모르는 이 남자. 아내 고마운 줄 모르는 남자. 토나올 것 같다. 지 아들(다카라다 마사키)이 only 친구를 데려왔더니 며느리 삼아서 지 엄마 맛있는거 해주고 병수발 좀 들어줬음 좋겠다 그러고, 딸(다카라다 모모카)이 직장 선배(요양보호사) 데려와서 할머니 목욕시켜드렸더니 결혼하고 너는 집에 좀 들어앉았음 좋겠단다. 자기는 지금까지 열심히 일해서 쉬고싶단다. 욕나오는 캐릭터다. 자기 엄마 아파서 누워있고, 자기 자식들 취업 잘 안되서 고생이 지금 ing인데. 나중에 반성하고 변화가 찾아오긴 한다만 아내가 가출하고 집안 꼴이 엉망이 된 후다. 있을 때 잘해라. 진짜.
나라가 이 꼴이 나니까 살만한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반환하고, 기부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기부 시스템이 정비된다. 증세하여 복지국가로 나아가기로 한다. 어캐저캐 70세 사망법안은 없던 일이 된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현실에 사는 우리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며느리에 감정이입 하느라 속이 터졌다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가와이 간지의 [데블 인 헤븐]도 함께 보면 좋을 책으로 추천한다. 연금을 축내는(?) 노인을 국가에서 어떻게 처리(?)하는지 소름돋는 구성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나카야마 시치리의 [은수의 레퀴엠]도 서브로 보면 좋을 듯. 노인 요양원 이야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다 일본 작품에 비교적 최신작이니 그쪽 사회에 대해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2018/12/06 - [책] 은수의 레퀴엠(恩讐の鎭魂曲) 〃
2018/10/05 - [책] 데블 인 헤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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