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엘시노어>를 보고 왔습니다. 대학로 소극장 JS아트홀에서 올리고 있는 극이에요. JS아트홀? 익숙하다? 하면서 가보니 작년에 뮤지컬 <뱀프X헌터> 봤던 극장이었습니다. 혼자 웃었어요. ㅋㅋ

<엘시노어>에 대한 사전 정보는 따로 없었어요. 연극 소개 페이지도 흐린눈으로 빠르게 넘겼고, '햄릿' 이야기구나, 2인극이네? 이러고 말았어요. 원작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디테일은 전혀 모르고요. 10대 때 학교 동아리에서 올린 <햄릿> 연극을 본 적 있었어요. 그리고는 나이 들며 어깨너머로 주워들은 이야기가 다였는데요. 이 정도 수준에서 봐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스토리였습니다.

엘시노어 성을 지키는 보초병 버나르도와 프란시스코의 시선으로 햄릿 왕자의 기행, 선왕의 유령, 클로디어스 왕과 왕비의 관계를 그려냅니다. 그 사이에 웃긴 내용은 없을 것 같은데 두 배우가 귀여워요. 왜죠? 귀엽고 귀여운데 관객들이 꺄르르 꺄르르 잘 터져주는 거예요. 저도 그 분위기에 동화되어 풋 하고 웃을 것도 들썩이면서 봤습니다. ㅋ

햄릿이 제아무리 유명하다고 해도 고전에 익숙하지 않은 스타일(희곡), 남의 나라 이야기라 텍스트로는 쉽게 읽히진 않을텐데 이렇게 귀엽게 말아주면 너무 재미있고 유익하잖아요. ㅋㅋ 유령을 흉내 내는 버나르도, 얼타는 버나르도, 힝 돌아눕는 프란시스코가 두고두고 떠오를 것 같아요. 제가 본 날의 배우님들이 유난히 귀여운 페어였는지 궁금합니다. ㅋㅋㅋㅋㅋㅋ

90분간 제 3자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탓에 오필리어와 재상의 이야기까지 풀기엔 무리가 있었겠죠? 훅훅 지나가서 좀 허전하긴 합니다만, 우린 엘시노어의 보초병을 보러 온 거라 용서가 된달까요. 8세 이상 관람가라서 이 정도 시간과 구성, 나쁘지 않았습니다. 공연 예매 정보에 고함, 욕설, 폭력, 학대, 살인, 칼날이 부딪치는 소리 등등 트리거워닝에 대한 안내가 있었습니다만 제 기준에는 크게 거슬리는 부분 없었어요.

그리고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버나르도와 프란시스코의 풀 네임이 진짜 센스있더라고요. 이렇게 연결한다고?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드넓은 세계관을 체험한 것 같아요. ㅋㅋ 이젠 시도할 수 있겠어요. 셰익스피어 고전 읽기. 비극인데 살짝 웃으며 책장 넘길 것 같습니다. 핳. 그렇게 저는 「햄릿」을 읽을 용기를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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