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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키야 미우의 [후회병동]을 읽었다. 잘 모르고 봤으면 치넨 미키토 작품이라고 착각할 뻔 했다. [상냥한 저승사자를 기르는 법]이랑 느낌이 아주 비슷하다. 가키야 미우의 [70세 사망법안, 가결]이라는 책을 인상 깊게 봤는데 그 땐 너무 사실적인 작품이어서 이번의 판타지한 느낌을 같은 작가라 연결시키는 것에 괴리감이 있었다.


[후회병동]은 호스피스 병동에 근무하는 의사 하야사카 루미코가 신비한 청진기를 줍줍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청진기를 환자의 가슴에 대면 그들이 후회하고 있는 진짜 속마음을 알게된다. 그들을 과거로 이끌기도 하고 만약 그랬더라면 미래에 이렇게 전개되었다는 것까지 체험하게 해준다. 가는 길, 마음을 정리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 청진기 덕분에 하야사카 루미코는 환자의 마음을 잘 몰라주는 어린 여의사라는 딱지를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후임 여의사에게 바톤을 넘긴다.

엄마가 반대하는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지기라 사토코(dream), 회사에 끌려다니다 암에 걸려 남은 가족을 바라보는 휴가 게이치(family), 신랑감이 변변찮아 결혼을 결사 반대했더니 딸은 평생 독신으로 지내고 딸의 전 남친은 대성한 모습을 봐야했던 엄마 유키무라 지토세의 기막힌 이야기(marriage), 첫사랑 소코의 도둑질을 뒤집어쓰고 인생 꼬인 절친이 보고 싶고 본인이 나설걸 후회하고 있는 야에가시 고지(friend)의 후회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면서 동료 의사 이와시미즈 히라쿠와의 관계가 진전되고, 하야사카 루미코 본인의 가족관계가 어찌어찌 봉합된다.

'그 때 일을 후회한다. 만약에 이랬더라면 어땠을까?'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뜻밖의 반전을 가져오며 인생무상을 느끼게한다. '만약'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누군가가 들어주고 그러면서 툴툴 터는 것 아니겠나? 그게 여기선 청진기를 통한 마음의 소리 였던거고. 조금 오글거리긴 하지만 참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거슬렸던 부분이 있었는데 루미코가 33살인데 의사 곧 10년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싶었고, 계속 '여'의사라는 것을 강조하는 점에서 참 보수적이라는 걸 느꼈다. 의사는 당연히 남자이고 여자는 특이한걸까? 그 '여'의사가 무뚝뚝하고, 싹싹하지 못하고, 한껏 꾸미지 않으면 이상한걸까? 의사로서의 자격이 없는걸까? '남'의사라고 부르지 않을 거면 '여'의사라고도 부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2018/12/21 - [책] 70세 사망법안, 가결 〃
2018/09/20 - [책] 상냥한 저승사자를 기르는 법 〃


후회병동 - 10점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왼쪽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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